요즘 여권이 너무 오만하다. 새누리당은 기초공천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서 사과 한마디 없고, 청와대는 경제민주화 국민통합 복지확대 공약을 사실상 후퇴시키면서 성의 있는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지난 1년 동안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와중에서도 국정원을 개혁하거나, 국가기관 선거개입을 확실하게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고 사건을 봉합하는 데 주력하는 인상을 줬다.
급기야 청와대 민정수석실 임종훈 민원비서관이 지난달 22일 과거 자신이 당협위원장으로 있었던 지역(수원丁)의 도의원ㆍ시의원 출마희망자를 면접 보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에서 선거중립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밝힌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청와대 비서관이 공천에 개입한 것이다. 임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했다지만 그것으로 그칠 사안이 아니다.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이에 연루되거나 지시한 윗선이 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권 전체가 자신을 돌아봤으면 한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 적폐를 혁파하기보다는 불리한 사안은 무조건 덮고 가겠다는 자세만 취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국정원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드러났을 때,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어린이의 개인정보를 불법 열람했을 때, 청와대나 새누리당은 관련자들의 '개인적 일탈'로만 몰아갔다. 이런 안이하고 오만한 자세가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 의혹, 유정복 전 장관의 '박심(朴心)' 논란 등 제2, 제3의 '일탈'을 초래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런 때가 있었다. 2004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였다가 민심의 역풍에 4월 총선에서 참패할 위기에 처했었다. 더욱이 수백억 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차떼기 사건'마저 드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이 대표를 맡아 국민에 사죄하고 천막당사를 치고 겸허하게 출발해 그나마 위기를 벗어났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그 시절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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