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서 대학들에선 신입생 입학식과 오리엔테이션이 한창이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입시 지옥에서 해방되어 꿈에 그리던 생활의 시작이겠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원치 않던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대로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고, 또 교육의 질이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대학신입생'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를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하지만 지난 28년 간 국내외 대학에서 학생, 연구원, 그리고 교수로써 느낀 점 중에 남들이 하지 않는 말 몇 가지를 충고해보자 한다.
신입생에게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라는 충고다. 고등학교 뒷바라지가 겨우 끝났는데 무슨 소리냐는 어머니들도 있겠지만, 이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젊은 시절에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재산중에 하나는 건강이고, 이것의 절반은 음식에서 나온다. 돈 한 푼이 아쉬운 시기에 싸구려 재료에 인공감미료가 가득한 음식을, 그것도 긴 줄 서서 먹느니 자신이 먹을 것을 싸 들고 다니는 것이 낫다. '도시락'이라는 단어는 밥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도시락을 싸려면 그 전날 혹은 한 주 전부터 자신의 삶에 대해 계획해야 한다.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도시락의 함의는 자기 삶에 대한 계획, 성찰과 부지런함이다.
두 번째로 충고하고 싶은 점은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점이다. 지난 12년간 학교에서 죽도록 책을 읽었다고 불평할 학생도 있겠지만, 솔직히 반문해보라.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교과서 참고서 이외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되는가? 또 손목에 무리가 올 정도로 타이핑을 해대고 있을지 모르지만, 카톡, 페북, 채팅 등과 같은 단문을 빼고 자기 머리로 생각하며 긴 호흡의 글을 써본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 자기 생각을 글을 통해서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인문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능력이다. 이공계 출신이 대학이든 회사든 조직에서 오래 못 버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기술적인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글을 논리적으로 쓰지 못하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어 공부에 힘쓰라 말하고 싶다. 이 말을 들으면 학원에 등록해서 토익 시험 점수 따고, 해외 어학연수 알아보러 유학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하지 말아야 외국어 공부가 제대로 된다. 학생들 대부분은 학원 중독증에 걸려있다. 대학에서 하는 외국어 공부에서만큼은 이 중독에서 벗어나서 자기 스스로 해결하는 연습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 대학생에게 필요한 외국어 실력이란 토익점수가 높거나 외국 다녀온 여권 스탬프가 아니라, 외국어로 된 전문 문건을 읽고 이해하며, 외국어로 자신의 연구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고,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일로 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연수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충고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인생의 멘토' 따위는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조언자는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멘토란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 속의 영웅을 말한다. 어느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거위 간 요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거위를 만나 친해질 필요가 있는가?'라고. 어떤 문학작품을 좋아하거나 과학적 발견에 매혹되고, 정치적 신념을 지지하며, 운동선수의 승리에 열광하면서, 오지 탐험가의 얘기에 귀가 솔깃한 것 등은 성취물과 그 과정의 노력 때문이지, 그 사람 자체 때문은 아니다. 훌륭한 사람에게서 배울 교훈은 이미 초등학교 때 들어본 위인들 이야기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어떻게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당신의 삶에서 위대한 전환점은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 유명인의 강의를 듣고 감동 받는 때가 아니라, 추운 겨울 이른 새벽, 따뜻한 이부자리에서 몸을 억지로 일으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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