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조직 논리와 조직 문화에 매몰되어선 안 됩니다. 공직자 개인의 윤리적 의사결정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선진국입니다."
공직윤리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테리 쿠퍼(76) 미국 남가주대(USC) 석좌교수의 유명 저서 (조명문화사)을 최근 우리말로 번역한 신충식(56ㆍ사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공직자의 윤리성 확보가 건강한 공직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지난 30년 간 미국 공직자들에겐 '바이블'로 통했다. 쿠퍼 교수가 직접 접한 수많은 사례를 중심으로 윤리적 의사결정 모형이 만들어져 있고, 공직자 개인이 내린 윤리적 결단을 조직 내에서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지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공직사회 내 윤리 확보 및 실천 방안 지침서인 셈이다. 우리말 번역엔 '행정사상과 방법론 연구회'소속의 교수 10명이 참여했으며, 신 교수는 번역 책임을 맡았다.
신 교수는 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공직자들은 조직의 속성을 지나치게 좇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구조에선 개인의 윤리적 정체성을 찾을 수 없고, 이는 공무원 스스로의 판단이 아닌 조직의 판단을 내세워 정책을 만들거나 민원 등을 해결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툭하면 터지는 공직자 비리도 윤리의 실종에 기인하는 측면이 많다. 공직자 개인의 윤리적 자율성이 확보돼 있다면 비리 역시 발붙일 공간이 적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명하복의 조직 논리가 지배하다보니 개인의 윤리적 판단은 함몰되기 일쑤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적인 것으로 돌려놓으려는 박근혜 정부에 공직윤리가 특히 중요한 화두인지도 모른다.
조직 차원에서 윤리적 자율성을 유지하기 위한 묘안은 없을까. 신 교수는 "공직자들이 의식적으로 자기 지각을 계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광범위한 정치ㆍ철학ㆍ사회적 관심사 중에서 공직자 개인이 무엇에 입각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성찰하라는 것이다. 개인의 권리와 양심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 역시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각 선임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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