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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로 돌아온 배우 김고은 "왜 항상 여자만 당할까… 스릴러 보며 느낀 아쉬움, 연기 통해 날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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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몬스터'로 돌아온 배우 김고은 "왜 항상 여자만 당할까… 스릴러 보며 느낀 아쉬움, 연기 통해 날렸죠"

입력
2014.03.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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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데뷔작 '은교'(감독 정지우)부터 파격이었다. 노시인의 마음을 훔치고 그의 제자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여고생부터 남달랐다. 동명 소설의 주인공을, 노출을 불사하며 소화해낸 그에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그 해 대부분의 여우신인상도 그의 차지였다. 2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몬스터'(감독 황인호)도 범상치 않다. 시골 장터 아주머니에게나 어울릴 복장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살인마의 광기에 맞서는 복순을 연기했다. '몬스터'의 개봉을 앞두고 김고은을 만났다.

쏟아지는 관심은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데뷔작 한 편으로 단번에 충무로 기대주가 된 김고은에게 차기작 선정은 난이도 높은 과제로 다가올 만 했다. 하지만 집중되는 눈길이 대수냐는 듯 그는 "신중해야 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하면 촬영을 충분히 즐길 수 없다"고 했다. "역할이 독특하긴 했지만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는 말로 '몬스터' 선택의 변을 대신했다.

복순의 지적 성장은 8, 9세 정도에 머물러 있다. 더하기 빼기 수준의 연산작용만 가능한 두뇌이다 보니 머리보다 몸이 앞설 수 밖에. 시장 한 구석 좌판에서 죽은 할머니를 대신해 채소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그에겐 철거반의 완력도 요령부득이다. 단순 무식 과격 세 단어로 요약될 복순의 유일한 관심은 단 하나의 혈육인 여동생의 안위다.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려 동생을 잃은 그는 제대로 미쳐 살인마 태수(이민기)와 혈투를 벌인다. 김고은은 "평소 스릴러 영화를 볼 때마다 왜 여자만 당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좀 센 여자가 나왔으면, 저 나쁜 놈을 어떻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관객으로서 있었다"고 말했다.

복순은 당초 영화 속에 구현된 모습보다 더 예쁘게 구상됐다. "(황인호) 감독이 원피스도 입히고 머리도 길게 하는 등 좀 더 예쁘게 만들려고 했는데" 김고은은 생각이 달랐다. "복순의 행동과 말투,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예뻐 보일 것이라 생각"해 이마와 뺨을 덮는 '바가지 머리'와 맨 얼굴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고은은 지적 장애자로 여겨질 수 있는 복순을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 8, 9세 어린이로 보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장애를 정하고 연기하면 장애의 특징만을 모방하다 대사 등 더 많은 (중요한) 부분을 포기하게 된다"고도 설명했다. 캐릭터에 대한 그의 고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고은의 적절한 캐릭터 분석 덕분일까. 먼 산을 바라보듯 초점 풀렸던 복순의 눈에 영화는 이완됐다가 그 눈이 복수로 이글거릴 때 스크린은 뜨거워진다.

김고은의 세 번째 주연작은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이다. "어렸을 적 중국에서 10년을 살아 관심이 많았고 무용으로 만들어진 몸을 쓰고 싶어 선택한" 무협 장르다. 이병헌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고 촬영은 이미 마쳤다. 김고은은 "'몬스터'를 찍으면서 인대가 늘어나거나 타박상으로 온몸에 멍을 달고 살았는데 '협녀' 촬영 때는 상처를 심하게 입어 (몇 바늘) 꿰매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은교'로 강한 인상을 새긴 그는 "'은교'로 기억해주시는 것은 그 작품 밖에 출연 안 했기 때문"이라며 담담하게 반응했다. "20년이 지나도 '은교'보다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제가 인정해야 하는 한계"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벌써) 대표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관객 개개인이 느끼는 저의 대표작이 각각 달라질 것"이라며 은근히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용하게 야심을 실천해 가는 그를 아무래도 우린 스크린에서 오래도록 만나게 될 듯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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