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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공포 사라지지 않았다

입력
2014.03.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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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발생 이후 대지진 현장에 첫발을 디딘 것은 2개월이 지난 5월이었다. 당시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0㎞ 이상 떨어진 도쿄(東京)에서도 방사능 오염 수치가 극히 높은 이른바 핫스팟이 자주 발견되는 등 방사능 공포가 극에 달했던 때였다. 돌이켜보면 기자 생활에서 그 때만큼 취재 현장에 가기 싫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던 중 원전사고 현장에서 50㎞ 지역인 후쿠시마현 고리야마(群山)역를 지날 때는 방사능 공기를 마시지 않으려고 가능한 한 오래 숨을 참았다. 도호쿠 대지진 현장 취재를 마치고 도쿄로 돌아오는 길에 원전에서 150㎞ 떨어진 센다이(仙台)역에 잠시 머물면서도 체류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도쿄로 출발하는 가장 이른 시간의 신칸센표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했던 기억도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능 공포에 대한 거리감은 조금씩 무뎌져 갔다. 원전 사고 발생 1주년 취재에는 후쿠시마현 히로노마치(広野町)를 방문했는데, 원전사고현장에서 불과 21㎞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 마을을 방사능 물질 오염제거 시범지역으로 지정, 집중 제염작업을 벌인 뒤 주민의 귀환을 종용했고 한국의 읍사무소 격인 야쿠바(役場)의 업무를 재개했다. 일부 주택과 도로를 제외하고는 제염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아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오는 지역도 있었지만, 1년전 센다이에서 느꼈던 공포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 해 2주년 취재에는 아무런 방호장비 없이 원전 반경 10㎞지점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浪江町) 초입까지, 올해는 7㎞ 떨어진 도미오카초(富岡町)의 요노모리 지역까지 진입했다.

해가 지날수록 취재 현장과 후쿠시마 제1원전원과의 거리가 좁혀진 것은 해당 지역의 오염 정도가 조금씩 약화한 탓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사능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무뎌진 것이 더 큰 이유인 것 같다. 이는 기자만의 느낌이 아니라 일본 국민 전체가 느끼는 감각이기도 하다.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시중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잊혀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3년전에 비해 원전사고 수습에 진척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80㎞ 이내 지역에서 사고 이후 2년 동안 방사선량이 2분의 1, 200㎞ 이내 지역은 5분의 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내달부터는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이내에 위치한 다무라(田村)시 미야코지(都路)마을 주민들이 원전 사고 이후 처음으로 마을로 복귀하는 등 곳곳에서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에너지 기본정책을 통해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외형적 모습일 뿐이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진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발생 한달 만에 폐암과 갑상선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능 세슘 137 유출량은 3만6,000테라베크렐(TBqㆍ1TBq=1조Bq)로 체르노빌 사고 당시의 42%에 해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물질의 반감기가 30년임을 감안하면 지금도 거의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원전주변의 방사능 농도가 낮아진 것은 결국 인근 바다, 하천, 토양 속으로 확산된 것에 불과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곧 3ㆍ11 3주년을 맞는다. 이날을 계기로 방사능 위험과 공포는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졌을 뿐,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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