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가 팀 창단 17년 만에 정규리그 첫 우승 축포를 쐈다. 1997년 창단 이후 준우승만 네 차례나 했던 우승 갈증을 깨끗이 풀었다.
LG는 9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부산 KT를 95-85로 꺾었다. 이로써 13연승을 이어간 LG는 역대 팀 자체 통산 한 시즌 최다승인 40승(14패) 고지를 밟았다. 같은 날 전주 KCC를 누른 울산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맞대결 골득실에서 9점 앞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골득실까지 따져 우승을 가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9~10 시즌에는 모비스와 KT가 40승14패로 성적이 같았지만 상대 골득실에서 모비스가 우위를 점해 1위에 올랐다.
LG의 ‘도박’이 통했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문태종(39)을 연봉 6억8,000만원에 잡았다. 문태종 나이를 감안할 때 지출이 과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문태종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패기로 뭉친 팀에 경험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승부처마다 발휘되는 클러치 능력은 창원 팬들을 들끓게 했다.
팀 재건도 우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로드 벤슨(30)을 모비스에 내주고 포인트가드 김시래(25)를 영입했다. LG는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 김시래의 합류로 든든한 야전사령관을 얻었다.
팀 전력의 마지막 퍼즐은 김종규(23)로 채웠다. 2014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뽑아, 주저 없이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를 선택했다. 김종규는 207㎝의 큰 키에 속공 가담 능력도 갖췄다. 리바운드와 궂은 일에도 능하다. 또 호쾌한 덩크슛으로 팬 서비스까지 확실히 했다.
‘복덩이’ 외국인 듀오 역시 자기 몫을 톡톡히 했다.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 데이본 제퍼슨(28)은 시즌 초반 주춤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찾아 제1의 공격 옵션으로 활약했다. 전기수리공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크리스 메시(37)는 제퍼슨이 부진할 때 공백을 메워주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다른 새 얼굴로 베스트5를 꾸리고도 단번에 우승까지 이끈 김진(53)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도 돋보였다.
이밖에 지난 시즌 3점슛왕을 차지한 김영환이 주장으로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았고 유병훈, 조상열, 기승호 등 식스맨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17년간 묵묵히 한국 농구 발전에 이바지한 구단 프런트, 프로농구 최초 누적 관중 홈 200만명 돌파 등 각종 관중 기록을 갈아치운 팬들의 열기 또한 창단 첫 우승에 힘을 실었다.
한편 인천 전자랜드는 서울 SK를 95-79로 따돌리고 4위를 확정했다. 고양 오리온스는 서울 삼성을 89-78으로, 안양 KGC인삼공사는 원주 동부를 84-65로 각각 제압하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정규리그를 마친 프로농구는 12일부터 전자랜드(4위)-KT(5위), SK(3위)-오리온스(6위)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진행한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