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노량진을 탈출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식곤증 때문에 깜빡 졸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드디어 노량진을 탈출했습니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내용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보이스피싱은 아닌 것 같아 상대방에게 ‘누구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금방 전화가 왔다.
“작년 공무원시험 때문에 점을 본 사람입니다.”
“합격했군요.”
“네. 그때 긍정적으로 해주신 말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전화로 몇 마디 주고받으니 그가 S학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를 금방 기억할 수 있었던 집요한 성격 때문이다.
S학생이 우리 집에 처음 와서 한 말이 ‘노량진을 탈출하고 싶다’였다. 뜬금없는 말에 의아해 하니 공무원시험 준비생이라며 ‘한 번 더 보면 꼭 합격하겠느냐’고 물었다. 나무젓가락처럼 바짝 마른 몸에 온갖 고뇌와 피로감이 역력한 얼굴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다행히 점괘는 좋아 한 번 더 도전해 보라고 했다.
좋은 점괘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S학생은 ‘정말 합격하는지’를 되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벌서 3년째 내리 낙방해 이번에도 실패하면 자신은 폐인이 될 것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돌아간 후에는 이제 30세를 넘었으니 차라리 딴 길을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몇 차례 더 물었다. 집요한 질문이 때로는 귀찮았지만 이번엔 꼭 될 것이니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를 했다.
요즘 공무원시험 합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런데도 S학생이 꼭 된다는 것은 그날 점괘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냥 보통의 점괘였으면 아리송한 답변을 하거나 포기하라고 했을 것이다.
점을 볼 때 무속인이 확신에 찬 말을 하면 믿어도 좋다. 그만큼 확실한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에 명쾌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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