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슬레지하키(썰매하키) 대표팀이 개최국 러시아의 홈 텃세를 뚫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김익환(4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한국시간) 소치의 샤이바 아레나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 패럴림픽 썰매하키 B조 1차전에서 러시아를 승부 샷 스코어 3-2로 제압했다. 먼저 두 골을 허용했다가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전과 승부 샷까지 몰고 간 끝에 거둔 대역전극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고양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1-2로 졌던 패배를 설욕했다. 승점 2가 된 한국은 미국(3점)에 이어 B조 2위를 달렸다. 승리에는 3점, 연장전 승리에는 2점, 연장전 패배에는 1점이 주어진다. 러시아(1점), 이탈리아(0점)는 같은 조 3, 4위다. 조 2위까지가 4강에 진출하는 가운데 한국은 강력한 2위 경쟁자 러시아전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수비수 한민수(44ㆍ강원도청)와 포워드 조병석(29ㆍ강원도청)이 각각 만회골, 동점골을 터뜨렸고 포워드 정승환(28ㆍ강원도청)이 두 골 모두 어시스트했다. 한민수는 승부 샷에서도 마지막 슈터로 나서 승리를 결정 짓는 골을 성공시키는 등 대표팀의 해결사로 우뚝 섰다.
경기 초반 한국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러시아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과 탓에 고전해 1피리어드 14분19초 만에 상대 수비수 바실리 발라코프에게 선제골을 내 줬다. 러시아는 1-0으로 앞선 2피리어드 14분3초에도 포워드 에브게니 페트로프가 단독 드리블로 추가골을 터뜨려 안방에서 잔치를 즐길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한민수의 손 끝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시작됐다. 한민수는 추가골을 허용한 지 11초 만에 정승환의 패스를 벼락 같은 골로 연결했다.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3피리어드 2분12초에 포워드 조병석이 역시 정승환의 패스를 받아 러시아 골망을 다시 한번 갈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골리 유만균(40ㆍ강원도청)은 러시아의 막판 공세에 신들린 듯한 선방을 펼쳐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유만균은 이날 러시아의 21차례 유효슈팅 가운데 19개를 막아냈다.
연장 5분 동안 득점 없이 비긴 한국과 러시아는 슈터 4명씩을 번갈아 내보내 골리와 일대일로 대결하는 승부 샷에 돌입했다. 승부 샷 스코어 2-2에서 한국은 마지막 슈터 한민수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켜 진땀 나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로 알려져 있는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아이스하키+썰매(sledge)’가 결합된 동계스포츠다. 아이스하키의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를 이용하며 한 팀은 골키퍼를 포함해 6명의 선수로 구성한다. 룰은 아이스하키와 동일하며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패럴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의 충격은 컸다. 러시아가 대회 초반의 흥행몰이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던 일전이었기 때문이다. 입장권은 개막하기도 전에 매진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패럴림픽 선수촌을 찾아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하기도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경기를 앞두고 러시아에는 하루 두 차례씩 훈련을 보장하면서 한국에는 한 차례만 훈련을 허락했다. 경기 내내 계속된 심판의 편파 판정은 승부 샷에서 도를 넘었다. 러시아에는 네 차례 승부 샷 가운데 두 차례를 슈팅 감각이 좋은 선수가 나서도록 허용하면서 한국에는 이를 금지한 것이다. 한국은 드미트리 리소프가 두 차례 슈터로 나오는 것을 보고 한 차례 슈터로 나선 조영재(29ㆍ강원도청)를 마지막 슈터로 선정했다가 심판의 제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심판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결국 조영재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한민수를 대신 내보냈다. 승부 샷 슈터의 순서를 미리 정해 한 차례씩만 슈팅하도록 한 것은 이미 출전국 감독이 회의를 통해 합의한 이번 대회 규칙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투입된 한민수에 대해서도 심판의 노골적인 흔들기가 나왔다. 한민수가 승부 샷을 위해 드리블을 하다가 슈팅하기 직전에 심판은 갑자기 한민수를 불러 출발점으로 돌려보내 호흡과 드리블 리듬을 방해했다. 그러나 한민수는 승부 샷을 성공시켰고, 러시아의 축제 분위기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한편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노르웨이전 대패(0-10) 충격을 딛고 첫 승전보를 전했다. 한국은 8일(한국시간) 아이스큐브 컬링장에서 열린 대회 풀리그 2차전에서 미국을 9-5로 물리쳤다. 소치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에는 10개국이 출전했으며 풀리그에서 4위 안에 들어야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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