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영업중단조치를 당한다는 건 가혹한 형벌이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사상 최장인 45일의 영업정지명령을 내린 7일 3사의 주가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 주가는 0.71% 빠지는 데 그쳤고, 2위인 KT는 1.02% 하락했지만 영업정지 보다는 정보유출사건 영향 때문이라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오히려 1.14% 올랐다.
주가가 큰 변동이 없다는 건, 영업정지조치가 회사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 시장전문가들은 이를 '징계의 역설'로 설명하고 있다.
영업정지를 당하면 새로운 가입자 모집이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이번엔 사상 처음으로 기기변경까지 금지됐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영업정지의 강도가 훨씬 깊다. 하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상대방 가입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스마트폰 한 대당 무려 100만원 넘게 썼던 보조금을 더 이상 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천문학적 마케팅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45일 영업정지면 수백억 원의 마케팅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며 "당장의 수익만 따져본다면 영업정지로 인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영업정지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이익규모에 비해 보조금 출혈이 워낙 컸기 때문에, 영업정지가 오히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대신 타격을 입는 건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들이다. 대리점은 특정 이동통신사만 취급하는 전속형태이고, 판매점은 3사 모두를 대행한다. 이들은 영업정지 기간 중 '개점휴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번 징계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매망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매장별로 적게는 1,100만원, 많게는 2,500만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전국 5만개 매장의 총 피해액은 1조~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매장직원들의 고용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휴대폰 제조사들도 마찬가지. 도난, 분실, 2년 이상 장기사용 등을 제외하곤 기기변경까지 금지됨에 따라 내수판매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도 그렇지만, 특히 내수의존도가 절대적인 팬택은 워크아웃에 영업정지까지 겹쳐 힘겨운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4월중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5가 출시될 예정인데, 영업정지가 초반 흥행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선 이번 영업정지에도 불구, 불법보조금이 완전 근절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 외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일 만큼 당국의 의지가 강해 당장은 보조금경쟁이 수면 밑으로 내려가겠지만, 보조금체계 등에 대한 근본정비가 없는 한 영업정지가 끝나면 결국은 다시 되살아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오히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주말에 마지막 보조금이 쏟아질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영업정지 중에도 판매점들이 도난ㆍ분실 사례로 속여 기기변경을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재만으로 시장을 바꿀 수는 없다. 단말기법이든 뭐든 근본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체별 영업정지는 ▲SK텔레콤은 4월5일~5월19일 ▲KT는 3월13일~4월 26일 이며 ▲LG유플러스는 3월13일~4월 4일(23일간)과 4월 27일~5월18일(22일) 두 번으로 나눠 진행된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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