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참여연대의 '문지기'로 일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았죠. 사회개혁에 이만한 단체가 없다는 생각에 처음엔 경건하게 목욕재계까지 하고 출근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채명묵(70)씨는 2003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참여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 건설'이라는 창립 목표에 동감했고, 돈을 바라지 않고 세상을 바꾸자는 마음으로 날밤을 새우는 사람들은 채씨의 자랑이었다.
정년퇴직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채씨는 참여연대의 문지기 노릇을 자처했다. 농민부터 장관까지 매주 금요일, 채 씨는 참여연대를 찾는 사람들이 만나는 첫 번째 얼굴이었다. 안내데스크에서 전화를 받아 담당 간사를 연결하고, 방문인의 사정을 듣고 민ㆍ형사, 인권문제 등 담당 부서를 척척 연결했다. 교사 시절의 능숙한 상담 솜씨로 민원인의 사정을 들어주기도 했다. 회계사인 채씨의 둘째 아들 이배(40)씨도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가다. 경제개혁연대에서 일하는 그는 이번 정기 총회에서 정식 감사로 선임될 예정으로 부자가 대를 이어 참여연대에서 활동하게 됐다.
이처럼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채씨는 8일 열리는 참여연대 20주년 정기총회에서 회원 15명과 함께 감사패를 받는다. 일반 회원으로는 채씨 외에 5년 동안 회원들의 회비 납부를 독려하는 희망일구미 활동을 해 온 장정아씨가, 전문위원으로는 이남주 평화군축센터 소장과 서보학 사법감시센터 소장 등 14명이 감사패를 받는다. 참여연대의 오랜 회원이자 운영위원이었던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고(故) 박상표 정책국장은 공로패를 받는다. 채씨는 스무 살이 된 참여연대에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 마음이 변치 말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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