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기도한 김모씨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문서위조의 대가를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 2개월 봉급 600만원,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이라고 적었다. 김씨가 국정원 정보원으로 활동하며 문서 위조를 여러 차례 해온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문제가 된 중국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문서는 위조됐으며 국정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수고비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국정원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자 억울함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이라는 글을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보냈겠는가. 문서 위조의 주범은 국정원이고 김씨는 단순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국정원은 그럼에도 거짓말과 은폐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씨의 존재가 드러나자 "우리도 속은 것 같다"고 떠넘기더니 김씨 자살 기도 현장 벽에 쓰여진 '국정원'이라는 혈서를 경찰이 사고 6시간 만에 황급히 정리하도록 놔뒀다.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회피와 부인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주요 국가기관이라는 국정원의 위상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직접 사태의 경위를 소상하게 밝히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검찰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국정원이 위조한 문서임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국정원의 공범이 되고,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검찰은 김씨 진술로 국정원 의혹이 드러나자 뒤늦게 어제 진상조사를 수사로 전환 한다고 밝혔다.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위조 의혹을 제기한지 22일이나 지난 뒤다. 검찰이 오명을 조금이라도 벗으려면 증거조작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신속히 규명하는 것뿐이다. 필요하다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검찰은 '국정원의 하수인'이라는 치욕적인 말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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