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해법이 모색되는가 싶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그제 러시아와의 합병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16일 실시키로 한데 이어 러시아 의회도 외국영토 합병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푸틴 대통령에게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크림반도 합병을 강행할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30일 자치권 확대를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했던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합병으로 수위를 높인 것은 우크라이나 정세가 자신과 러시아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의회도 강하게 맞받아쳤다. 비동맹 원칙을 삭제하고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국가안보법 개정을 추진키로 해 러시아의 격분을 샀다. 미국은 그리스 해역에 있던 핵추진 구축함을 흑해로 이동시키고, F-16 전투기 등을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로 발진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투자협상을 보류하는 등의 경제제재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자산동결, 여행금지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가 합병 찬성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러시아가 합병을 강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우크라이나의 핵무기와 영토ㆍ주권을 맞바꾼 1994년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파기했다는 국제법적 논란을 부를 수 있고, 현실적으로도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것이 크림반도를 존속시키면서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한 지렛대로 삼는 것보다 전략적으로 득이 되는지도 확실치 않다. 다른 친 러시아 지역의 합병 도미노 바람 등 정치적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크림자치공화국까지 분쟁에 가세하면서 평화적 해결이 더 어려웠다는 점이다. 주민투표 이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크림자치공화국 간 내전까지 우려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건 아니지만 과거 강대국의 입김에 국토를 찬탈 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의 기구한 운명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국제사회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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