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이 콜럼버스보다 먼저 대서양을 건너고, 18세기 서인도제도에서 대량의 설탕이 생산되고, 미국이 영국에 맞서 독립전쟁을 하고, 2차 대전 이후 아이슬란드가 갑자기 부유해진 것이 모두 한 가지 물고기에서 비롯됐다면?
는 입이 큰 한 생선에 초점을 맞춰 대서양을 사이에 둔 대륙들의 지난 1,000년을 돌아보는 책이다. 지은이 마크 쿨란스키는 다양한 직업을 거친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이 책엔 10대 때 저인망 어선 잡부로 일했던 경험부터 요리사로 일한 경력까지 골고루 녹아 있다. 중세 바스크 지방 민담부터 남획 방지를 위한 현대 활동가들의 활약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부록 또한 실하다.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대구 요리법이 뒤에 붙어 있다.
지은이는 시카고트리뷴의 특파원 신분으로 카리브해를 7년 동안 취재한 결과를 로 묶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구는 몸집이 크고 맛이 담백한 대서양 대구로 어획하기 쉽고 개체수가 많아 옛날부터 유럽인의 주요 식량이었다. 지은이는 대구잡이의 연대기적 궤적을 노예무역, 산업혁명, 20세기 해양쟁탈전의 지도 위에 오버랩해 '세계의 역사와 지도가 대구 어장을 따라 변화해왔다'는 논지를 증명한다. 한 토막의 생선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프레임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 탁월하다.
1997년 미국에서 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듬해 국내에 소개됐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절판됐다 16년 만에 다시 나왔다. 해양학자인 주강현 제주대 교수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유감스럽게도 사라져가는 물고기에 대한 관심 촉구가 뜻하는 바를 한국의 독자, 혹은 한국의 시대정신이 읽어내지 못했다…다행이다. 독자들이 이번에는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차리길 기대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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