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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금·고용 부실한데도 '가족친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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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금·고용 부실한데도 '가족친화' 기업?

입력
2014.03.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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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 불리한 근무환경을 제공한 대기업 8곳을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는 여가부가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데 필요한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선정,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평가 기준 선정과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7일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178개사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롯데쇼핑 외환은행 아시아나항공 에스오일 한화케미칼 ㈜한화 ㈜SK하이닉스 ㈜대웅제약 8개사는 남녀 임금격차가 최대 2.5배에 달하거나, 여성 비정규직이 남성의 5~7배에 이르는데도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구체적으로 2009년 인증을 받은 롯데쇼핑은 남녀 임금격차가 평균 2.5배로 대기업 178개사 중 세번째로 격차가 컸다. 전체 근로자 중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21.2%(남성 비정규직의 5.5배)로 178개사 중 8번째로 많았다. 외환은행은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28.2%(남성 비정규직의 7.3배)로 4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인증됐다.

2009년 인증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은 남성이 여성 임금의 2.05배를 받아 18번째로 임금격차가 높고, 에쓰오일과 한화케미칼, ㈜한화의 남녀 임금격차도 각각 2배, 1.97배, 1.91배에 달했지만 모두 지난해 가족친화기업에 인증됐다.

지난해 가족친화기업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은 ㈜대웅제약은 성별 통계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2009년 가족친화기업을 인증 받은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여성 친화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 기업들이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된 이유는 임금이나 고용상태 등 기본적인 근로환경이 아예 평가항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숙자 여성가족정책과장은 "평가 기준은 어린이집,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등으로 양성평등은 평가 요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가부가 양성평등 기업을 인증하거나 혜택을 주는 제도는 없다.

여가부가 이 제도를 알리려고 인증을 남발한 것도 이런 문제를 야기한 원인으로 꼽힌다. 2008년 15개사였던 인증 기업이 2012년 101개사, 2013년 288개사로 대폭 늘어 누적 숫자는 522개에 이른다. 인증은 3년간 유효하지만 2년마다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이 인증을 유지했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늘어난 가족친화기업 중소기업에는 1~1.5% 대출금리를 우대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준다. 올해는 산업부 미래부 중기청 등 2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기관 R&D 지원 사업에서도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대기업은 지난해 7월부터 상장사 자율공시 항목에 인증 여부를 포함해 간접적 이득을 보고 있다.

김제남 의원은 "여가부가 가족친화기업의 첫 번째 기준이 되어야 할 남녀 임금격차와 여성 고용의 질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여 "가족친화적인 고용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성차별적 고용조건 여부가 인증기준에 우선 반영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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