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가 자살하는 방송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SBS의 '짝'이 결국 폐지됐다. SBS는 7일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출연자가 사망한 '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사건의 사후 처리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제작 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한 '짝'은 이로써 3년 만에 불미스럽게 퇴장하게 됐다. 서귀포의 펜션에서 일주일 간 진행된 촬영 도중 여성 출연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전해진 뒤 SBS에는 항의 전화와 폐지 요구가 잇따랐고 정치권에서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짝'은 일반인들이 일주일 동안 '애정촌'이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24시간 카메라에 노출된 상태로 촬영이 이뤄지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서귀포경찰서가 숨진 전모(29)씨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풀어 메시지 등을 조사한 결과 전씨가 "화장실 앞까지 카메라를 가져와 괴롭다" "신경 많이 썼더니 머리 아프고 토할 것 같아" "얼른 집에 가고 싶어" "저녁 먹는데 둘이 밖에서 이벤트한 것을 (제작진이) 녹음해서 틀어놓는데 나 표정 관리 안되고 진짜 짜증나. 미치겠다 진짜"라는 글을 친구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짝'에 출연했던 A(31·여)씨는 "순수한 마음으로 짝을 찾기 위해 나섰던 게 허황된 꿈이었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다른 출연자 B(30)씨는 "방송에 나간 장면 때문에 '바람둥이'나 '소심한 남자'라는 비난을 받았다"며 "여자 출연자들은 방송 이후 댓글 논란에 휩싸일 것을 예상해 촬영 도중 겁을 먹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한 프로에 나왔던 한 여성 출연자는 자신의 생활이 방송에 공개되고 인터넷 등을 통해 그 내용이 계속 전파되자 큰 충격을 받고 해당 방송국에 관련 프로를 다시 보기 형식으로 내보내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아이들이 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방송 노출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방송이 시청률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자극적인 영상과 편집이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작자의 윤리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의도나 상황을 미리 충분히 설명하고 정신적 치료나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카운셀러를 상주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지상파 방송 예능국 PD는 "방송가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방송사 스스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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