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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합병' 푸틴에 농락당하는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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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합병' 푸틴에 농락당하는 오바마

입력
2014.03.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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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자치공화국이 6일 전격적으로 러시아 합병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외신들은 서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력개입을 자제하겠다며 서방을 안심시켜 놓고는 크림공화국을 조종해 무력을 쓰지 않고도 크림반도를 합병할 명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이중 작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력개입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만인 6일 크림공화국 의회는 러시아 합병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크림반도가 오랜 역사를 통해 끈끈하게 이어왔던 관계에 비쳐 그 뒷거래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러시아가 당장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며 강경하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태도에 변화를 줄 것처럼 행동했다. 서방은 푸틴의 발언을 사실상 크림공화국을 장악하고 있던 러시아가 한발 물러서겠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크림 의회는 이틀 뒤에 크림 지역의 러시아 귀속과 함께 주민투표를 결의했다. 또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의회에는 크림 지역을 러시아 연방으로 받아들이는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다.

AP 통신은 이번 사건에 대해 "크림 의회의 극적인 움직임 뒤에는 푸틴 대통령의 손이 움직이는 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러시아가 조종한 크림 의회'라는 표현을 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와 크림 자치공화국간 어떤 거래가 있었단 증거는 전혀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인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에 농락 당한 서방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서방의 논리를 이번엔 똑같이 러시아가 들고 나왔다. 러시아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도 서방을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서방은 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무력개입 자제 입장을 밝히자, 즉각 환영하며 러시아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힘썼다.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와 협의해 크림공화국의 자치권을 확대해 줄 용의가 있다는 뜻까지 러시아에 전달하며 사태 해결에 매달렸다.

그러나 서방의 시나리오와는 달리 러시아의 반전이 있었다. 로이터 통신은 7일 "적어도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과 관련해 '국민의 뜻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던 서방은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전했다. 같은 논리라면 크림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결의 또한 크림 주민의 뜻이기에 러시아는 물론 국제사회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주도권도 러시아 손에

서방이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고도 마땅히 가할 제재 수단이 없어 러시아의 기는 더욱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4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불참 카드로 자신을 압박하던 서방 정상들에게 이미 "올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력개입을 자제한다며 서방을 안심시키던 당시에도 서방 정상들의 압박에는 강경하게 맞섰다.

가디언은 "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는 두 가지"라며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단절 등 보복 제재를 통해 서방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고, G8 불참 같이 약한 수준의 제재일 경우 러시아는 무시해 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방은 러시아에 뒤통수를 맞았음에도 이전과 같은 종류의 제재수단만 언급하고 있고, 강한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에서 향후 러시아가 더욱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모든 패를 한 손에 쥔 격"이라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진단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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