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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착하려면 "양질에 차별 없고 고위직도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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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착하려면 "양질에 차별 없고 고위직도 도입"

입력
2014.03.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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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고용 안정, 차별 철폐, 고위직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해외사례연구' 발표회를 열고 노동 전문가들을 해외에 파견해 분석한 정책 시사점을 발표했다.

질 낮은 일자리로는 안착 못해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180만개에 이르는 시간제 일자리는 임시직 일용직 비율이 93%에 이르는 등 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고용이 불안하며 임금수준이 낮고 단순한 아르바이트형 일자리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된다"는 한계점을 먼저 지적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경우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사점은 고용의 질 보장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의 시간제 고용 비중과 일자리의 질이 낮은 수준이었지만 1980년대 초 노동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도입 등 78개 사항에 대해 노사가 대타협한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하면서 남성 위주의 외벌이에서 맞벌이 중심으로 고용환경이 대폭 전환됐다. 2012년 기준 네덜란드 전체 근로자 중 시간제 근로 비중이 48.3%에 이르는데, 시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비율은 75.9%다.

근로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일자리 형태도 필요하다.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ING BANK는 1만8,000여명의 직원 중 3,000여명이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시간제 근로자는 1주일에 '3일 24시간' 혹은 '4일 32시간' 등 다양한 근로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일과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 시간제근로자는 아이가 커가면서는 일하는 양을 늘릴 수도 있다.

관리자에 시간제 도입한 독일

고위직에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해 정착을 유도한 독일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독일 정부와 정치권은 대기업 여성관리자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늘리기 위해 쿼터제 도입까지 논의하면서 대기업을 압박했다"고 이 같은 정책 도입을 제안했다. 2012년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22.1%이며 여성근로자의 37.8%, 남성의 8.7%가 시간제로 근무하고 있다.

배규식 선임연구원은 "최고경영자(CEO), 상위관리자, 중간관리자가 시간제근로를 직접 경험하고, 시간제로도 관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고위직들이 시간제 근로의 장점을 직접 누려보지 못한다면 현장에서 결코 정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일제와 차별 금지해야

이와 함께 전일제와의 차별을 금지 방안 마련도 필수다. 근로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임금 외에도 승진이나 복지제도를 전일제와 똑같이 누릴 수 없다는 점은 시간제 일자리를 회피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영국은 시간제와 전일제 간 차별을 금지하는 '시간제 근로자법'을 2000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며 "법 시행 후 자연스럽게 시간제 일자리 수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2010년 기준 영국 전체 근로자 중 시간제 비율은 26.8%, 여성근로자 중 42.3%, 남성근로자 중 11.7%가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다.

배규식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장시간ㆍ전일제 중심의 노동문화가 뿌리 깊어 민간 시장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공공부문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적극 도입해서 장시간 일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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