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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위해 결혼 늦게 하라' 중국 생활상 배어 있는 문서 3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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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위해 결혼 늦게 하라' 중국 생활상 배어 있는 문서 300점

입력
2014.03.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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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문서, 이혼문서, 졸업증서, 교원증서, 초대장과 입장권, 복권과 마권, 영수증….각종 생활문서와 증서로 중국의 지난 100년을 모자이크했다. 청나라 말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문화대혁명을 지나 1980년대까지 중국의 역사가 보인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중국 제일의 문서 수집가 쉬산빈이 수집품 3,000여 점 가운데 300여 점을 골라 엮었다. 문서마다 당대 생활상과 희로애락이 묻어 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희한하기 짝이 없는 문서가 꽤 많다. 문화혁명기의 청첩장과 만혼증서가 그러하다. 청첩장은 마오쩌둥 초상화와 어록을 큼직하게 넣고, 정작 결혼식 안내는 맨 아래 작게 처박았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에서 마오 사진에 인사를 하고 그의 어록을 하객들과 암송해야 했다. 만혼증서는 당시 인구 증가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 정부가 혁명을 위해 결혼을 늦게 하라며 발행한 것이다. 그래야 아이를 덜 낳을 테니까.

어처구니 없기는 아내 매매 문서가 으뜸이겠다. 1944년 몽강연합자치정부(일제가 네이멍구 지역에 세운 괴뢰정부)가 발행한 이 문서에서 남편은 아내를 팔아 넘긴 것도 모자라 혼인식 주례까지 맡았다. '주례 아무개'에 자기 이름을 적어놨다.

청나라 말 근대식 교육기관이 생기면서 등장한 졸업증서에는 서양의 충격이 배어 있다. 전화를 교환원이 일일이 연결해주던 1950년대 포스터는 '전화를 빨리 받아 애국하자'고 외친다. 중국에서 합의이혼이 가능해진 1950년의 한 이혼판결서는 그 시절 생활 수준을 짐작케 한다. 이혼 후 아내가 받을 재산 목록이 '광목솜옷 1벌, 겹저고리 1벌, 두루마기 1벌, 문발 1개, 세숫대야 1개, 거울 1쌍, 찻잔 1쌍, 물레 1대, 체 1개'다.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1983년 한 상점이 발행한 경품권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달걀 5근을 사면 추첨해서 준다는 경품이 1등 손목시계, 2등 보온병, 3등 컬러 세숫대야였다.

명함에 '옛 종이를 모으는 영감'이라고 박았던 저자는 다른 저서에서 이렇게 썼다. "역사가는 펜으로, 사진가는 카메라로, 수집가는 실물로 역사를 쓴다."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종이쪼가리를 모으고 정리해서 역사를 그려냈으니 수집가로서 임무를 완수한 셈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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