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궁합이다. 아무리 좋은 식재료도 궁합을 맞추지 못하면 짜거나 싱거운
음식만큼이나 먹기 힘들다. 요리의 본향 전라도에서도 궁합을 잘 맞춘 음식을
최고로 친다. 홍어삼합이 바로 그것. 홍어만 해도 맛있지만 묵은 김치, 돼지고기
가 만나 최고의 별미로 거듭난다.
대구 어린이회관 맞은 편 골목에 문을 연 ‘소낙비’도 최고의 음식 궁합을 지향
한다. 우선 이 집의 인기 메뉴인 ‘관자삼합’은 관자와 차돌박이, 냉이를 한 접시
에 담아서 내놓는다. 홍어삼합이 깊고 그윽한 맛이라면 돌판에 구워먹는 ‘관자
삼합’은 담백하고 신선한 맛이 일품이다. 냉이는 봄철뿐 아니라 연중 상에 내놓
다. 냉이가 고기의 느끼한 맛을 씻어주고 관자의 풍미를 돋우는 까닭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상호와 이름이 같은 ‘소낙비’다. ‘소낙비’는 소고기와 낙
지, 채로 썬 배를 함께 내놓는데, ‘관자삼합’이 식사대용으로 그만이라면 ‘소낙
비’는 술안주로 딱 좋다. 소고기와 배의 궁합은 일찍부터 잘 알려져 있다. 여기
에다 꿈틀대는 산 문어를 얹어 싱싱한 맛을 살렸다. 또한 육회로 나온 소고기
는 생고기에 쓰는 등급을 내놓는다. - 보통 육회는 생고기보다 한 등급 낮은 고
기를 쓴다.
밑반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수에서 직접 공수한 갓김치와 청도에서 가
져온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를 상에 올린다. 미식가들도 저절로 엄지가 올라
가는 맛이다.
‘소낙비’의 경영 철학은 “발로 뛰자”다. 사장이 고기를 도축장에 직접 가서 사
오고 된장을 가지러 청도에 수시로 간다. 식재료도 늘 “제일 비싸고 좋은 것”은
넣어달라고 주문한다. 가격을 낮추면 질이 좋을 리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정성 덕에 ‘소낙비’의 인기는 말 그대로 소나기다. 오픈한 지 두 달 남짓 지
났지만 벌써 미식가들의 필수 답사 코스가 됐다. 오후 5시만 넘어도 홀에 손님이
꽉꽉 들어찬다. ‘불금’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대구 수성구 희망로 36길 130(황금2동 796-10). 예약 (053) 764-3131
김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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