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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화수분' 해커톤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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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화수분' 해커톤이 달린다

입력
2014.03.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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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새벽 1시.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의 본사 건물인 '스페이스닷원' 1층 회의실은 토요일 새벽임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다음의 해커톤 행사인 '제15회 디브데이(Dev day)' 결선 참가자 30여 명은 전날 오후부터 10시간 넘게 노트북과 자료들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었다.

해커톤(Hackathon)은 '해커'와 '마라톤'을 합성어.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3~5명이 한 팀을 꾸려 주제 제한 없이 마라톤 하듯 1박2일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와 생각을 쏟아내고, 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쳐 시제품(프로토타입)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이날 참가자들은 다음이 최근 개발한 음성인식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1박2일 안에 개발하는 과제를 받았다. 이틀 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부터 흰 머리가 수북한 중년 개발자까지 전국에서 '프로그램 좀 한다'는 '선수'들이 모인 터라 회의실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특이한 것은 경쟁자인 다른 팀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요청 받은 사람은 흔쾌히 '적진'에 가서 도와준다는 것. '가이드플' 팀의 김대훈 씨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를 내야 하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는 게 목적"이라며 "평소 개발 과정에서 어려워했던 점을 서로 공유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해커톤의 문화"라고 설명했다.

2007년 국내에서 최초로 '디브데이'라는 해커톤 행사를 연 다음은 해마다 2회 이상 크고 작은 해커톤 행사를 열어왔다. 행사를 진행한 DNA랩 윤석찬 팀장은 "다음의 새 기술을 외부 개발자에게 공개하고 그들이 이를 통해 더 많은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돕는 기회"라며 "이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검색, 지도 등 다음의 다양한 API가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도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10개 팀은 다이어트 앱, 자전거 내비게이션 등 갖가지 참신한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1위에 뽑힌 구용원 유니클래스 대표는 "다음의 음성 API 덕분에 음성 통화 내용을 인식해 문자로 자동으로 저장하는 앱을 만들었다"며 "우리 같은 스타트업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고, 개최 회사들은 개발자들에게 자사의 API를 널리 알려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해커톤을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해커톤의 유래는 1999년 6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컴퓨터 암호 개발 이벤트로 올라가지만, 널리 알려진 것은 페이스북의 사내 행사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두 달마다 원하는 직원이면 누구나 정규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실행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좋아요(Like)' 버튼, 타임라인, 한국인 사용자를 위한 '음력 생일 표시' 등 수많은 기능들이 바로 이 해커톤에서 탄생했다.

이후 트위터, 구글, 인텔, 퀄컴 등 IT기업은 물론 미 우주항공국(NASA)도 해커톤을 열고 있다. 국내에서도 KT의 '에코노베이션 개발자 캠프'나 SK플래닛의 'SK 플랫폼 테크 데이' 등 IT기업을 중심으로 해커톤 바람이 거세다. 게다가 각국 정부가 공공데이터를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여러 부처나 관련 기관들까지도 해커톤을 공공데이터 활용을 통한 혁신적 아이디어 추출의 기회를 삼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업체들도 해커톤을 적극 활용하는데 특히 BMW, 도요타, GM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실리콘 밸리에 거점을 만들고 IT기업들과 손잡고 해캐톤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혼다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에버노트', 스마트워치 제조회사 '페블', 3D 동작 인식 입력장치 제조업체 '립모션' 등과 함께 해커톤을 개최했다. 혼다는 당시 처음 자체 API를 공개했는데,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해 긴급 상황이 생기면 페블의 스마트워치와 자동으로 연결이 돼 경찰에 위치 정보는 물론 사고 현장의 음성을 중계해주는 '비세이프(Besafe)' 등 자동차 관련 앱 5개를 만들었다.

남수정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해커톤이 일회성 행사를 넘어 참가자들이 이를 통해 안정적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주최측이 투자자 확보, 체계적 인큐베이팅 시스템까지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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