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위 환경 당국자인 환경보호부장이 베이징과 그 주변 지역의 "스모그 상황이 이미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보호부장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지난해의 경우 베이징과 그 주변인 톈진, 허베이성은 PM2.5(초미세먼지) 최고 수치가 1,000㎍/㎥도 넘었으나 올해는 900㎍/㎥ 정도로 낮아졌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그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들 지역의 PM2.5 평균 수치도 지난해 600㎍/㎥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500㎍/㎥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민들은 비록 이러한 변화를 못 느끼지만 수치가 100㎍/㎥ 낮아진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라며 "계속 노력하면 백성들도 모두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우 부장의 언급은 대기오염방지 정책은 시간을 갖고 꾸준히 전개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란 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는 "스모그 발생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의 오염 물질 불법 배출, 국내총생산(GDP)을 우선하는 지방 정부의 비호, 환경부문의 감독역량 부족과 복지부동 등 3가지 문제가 존재한다"며 "스모그와의 전쟁은 힘겨운 싸움으로 지구전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우 부장의 말은 스모그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는 서민들의 인식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보다 나아졌다고 치더라도 PM2.5 수치 900㎍/㎥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의 36배에 달하고 500㎍/㎥라도 기준치의 20배다.
이날 중국 인터넷에서는 저우 부장의 말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당국의 안일한 인식이 드러난 것" "PM2.5 수치가 1년만에 100이나 낮아졌으니 잔말 말고 참고 살란 얘기" "수치 하나로 호전을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당국이 PM2.5의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현재 대부분 지역의 PM2.5는 500㎍/㎥까지만 공개된다. 그 이상이 돼도 표시는 '500㎍/㎥'로 나온다. 이날 저우 부장의 발언은 PM2.5 최고수치가 실은 900㎍/㎥도 넘는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 됐다.
한편 저우 부장은 이날 "집에서 공기정화기를 사용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지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저우 부장은 지난해 똑같은 질문에는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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