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극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온 서울 남산예술센터가 2014년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동시대적 시선으로 사회를 조망하는 창작극 6편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극장 편'은 드라마센터라는 극장이 주인공인 장소특정적 연극으로 18일부터 30일까지 공연한다. 이경성 연출이 맡는 이 작품은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인 드라마센터의 입을 빌려, 극장 스스로 자신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독특한 연극이다. 작품은 드라마센터가 개관한 1962년 이래 극장 안과 밖에서 일어난 사건과 연극들을 현대적 시점의 극장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기존 서사적 구조와 텍스트를 재현하는 정통 연극 양식에서 벗어나 배우가 실제 사건을 정리하고 인터뷰하며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극이다.
무대 위 배우들이 연극 '햄릿'을 연습하는 동안 한쪽에선 1960, 70년대 남산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가 전해지고, 연극보다 더 연극 같았던 남산 중앙정보부의 고문이 극적으로 표현된다.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은 공연 한 시간 전 극장 앞마당에서 시작하는 '유령산책'이라는 남산투어에 참여하면서 '관람'을 시작한다.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극장 주변 장소를 안내하는 배우에 이끌려 관객은 일종의 퍼포먼스에 참여한다. 무대에선 시종일관 연극을 해체해 실제와 경계를 흐리는 이른바 '낯설게 하기'가 이뤄진다. 이경성 연출은 "1970년대 남산은 중앙정보부 본관이 설치돼 고문이 이뤄진 공간으로 이웃의 어느 극장, 즉 드라마센터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곳에서 고문이라는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조작이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 작품은 연극 같은 일이 벌어지는 극장 밖에 주목했다"고 설명한다.
4월 5일부터 20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바후차라마타'(배요섭 연출)는 한국과 인도 예술가들의 공동 워크숍으로 이뤄졌으며 인도전통극 떼루꾸뚜와 탈춤, 판소리가 어우러진다. 남산예술센터는 이밖에 '푸르른 날에'(고선웅 연출ㆍ4월 26일~6월 8일), '즐거운 복희'(이성열 연출ㆍ8월 26일~9월 21일), '투명인간'(강량원 연출ㆍ9월 30일~10월 19일),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김재엽 연출ㆍ11월 4일~30일)을 선보인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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