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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성 반응? 알루미늄 탓?…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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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성 반응? 알루미늄 탓?…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

입력
2014.03.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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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대만의 한 학교에서 12~15세 청소년 692명이 독감(인플루엔자ㆍH1N1) 백신을 맞았다. 그 뒤 접종 학생의 7%에 해당하는 46명이 어지럽고 메스꺼운 증상을 호소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리고 이송 당일과 다음날 모두 퇴원했다.

대만 보건당국은 당시 학교에 별다른 발병 원인이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집단 증상을 백신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지역별 유사 증상 분포 등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결론은 '심인성(心因性) 반응'으로 모아졌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날 접종한 학생들 사이에서 주사가 너무 아파 맞는 게 아주 힘들 거라는 믿음이 퍼졌고 이 영향으로 부작용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후 대만 보건당국은 ▦접종에 두려움이 적은 학생을 우선 맞히고 ▦자원 학생이나 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게 하며 ▦접종 후 30분 동안 학생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일선 학교에서 예방접종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처음과 같은 부작용이 의미 있게 줄었다는 사실이 최근 유럽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 국제학술지 '유로서베일런스'에 실렸다.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도 아직 '심인성 반응'의 실체를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대만 같은 사례가 학계에 꾸준히 보고되면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이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여성 일부가 신경계에 심한 부작용을 겪은 것도 지금까지는 심인성 반응의 영향일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도쿄에서 열린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프랑스와 미국 의학자들이 "자궁경부암 백신에 들어 있는 특수 알루미늄 성분이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알루미늄 때문에 근육 내 백혈구가 과다해져 염증이 생긴다"거나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유전자가 알루미늄에 달라붙어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지적한 특수 알루미늄의 정확한 이름은 수산화알루미늄염이다. 백신에는 대개 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화학성분(면역증강제)이 들어가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알루미늄염이다. 수산화, 인산, 인산화알루미늄 등 여러 형태로 80년 넘게 사용됐으며 2007년 세계적으로 시판된 백신의 80% 이상이 이런 알루미늄염을 포함하고 있다. 실제로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간염과 폐렴구균,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DTP) 백신에도 수산화알루미늄이 들어 있다. 부작용의 원인이 정말 알루미늄염이라면 다른 백신도 마찬가지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알루미늄은 건강한 사람도 체내에 30~50㎎ 갖고 있다. 이 중 약 50%는 뼈, 25%는 폐에 있다. 입이나 주사 등의 경로로 체내에 추가로 들어온 알루미늄은 대부분 소변과 대변을 통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2012년 백신의 알루미늄 최대 노출량이 영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 이하라고 발표했으며 같은 해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백신 속 알루미늄은 해가 없다고 했다. 한국의 산부인과 전문의 대부분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이 들어 있는 백신을 맞은 인체 부위에서 알루미늄을 함유한 면역세포가 계속 관찰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부작용과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필요는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두 백신 '가다실'과 '서바릭스' 모두 제품 내 설명서에 통증이나 발열 등의 이상반응을 명시하고 있으니 접종 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접종 후 의료기관에서 약 30분간 쉬며 신체 반응을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혹시 이상반응이 생기면 즉시 진료를 받고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1644-6223)에 신고해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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