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인사태풍의 예고편일까.
이주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구성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역사상 첫 인사청문회인 만큼 상당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총재 후보자는 그 중차대한 임무를 현 김중수 총재 체제에서 한직으로 밀려나 있는 이들에게 맡겼다.
총괄 및 정책팀장 자리를 맡은 이는 이흥모 경제연구원 자문역이다. 그는 2012년 2월 김중수 총재가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이른바 '김중수 라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보직 국장(발권국장)에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자리로 밀려났던 인물이다. 당시 그를 포함해 이상우 조사국장, 민성기 금융시장국장 등 이성태 전 총재 인맥으로 분류되던 핵심 보직 인사들이 대거 연구위원으로 밀려난 바 있다. TF의 총무팀장 자리 역시 한직에 머물러있던 임형준 부국장이 차지했다.
TF팀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주요 보직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에게 자리를 맡긴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은 임직원들은 이번 TF팀 구성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그렇잖아도 총재 교체 후 몰아칠 인사 태풍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온 상황에서 TF팀 구성이 그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총재 후보자가 김 총재처럼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서며 조직을 다시 혼란에 빠뜨리지는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 하지만 이번 TF 구성을 통해 현재의 인사 구도를 그대로 방치하지도 않을 거라는 충분한 신호를 던져줬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총재 후보자의 한 측근은 "이 총재 후보자가 만약 현 조직을 그대로 놔둔다면 줄만 잘 서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잘못된 조직문화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청문회가 끝나면 인사 폭을 놓고 상당한 고심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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