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을 분가시키고 남편과 살고 있는 주모(62)씨는 매일 식품공장으로 출근한다. 퇴직한 남편의 연금 50여만원으로는 생활이 빠듯해서다. 하루 8시간씩 수십㎏짜리 무 포대를 허리가 부서지도록 나르고 단무지를 다듬어 포장하는 일을 하면서 받는 일급은 고작 4만2,000원. 하지만 주씨는 "이 나이에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 것만도 다행"이라고 여긴다.
우리나라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가 주씨와 같은 50대 이상 고령층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6일 OECD 2013년 고용전망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 '중고령 저임금근로 현황과 특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임금근로자 비율은 25.1%로 미국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이스라엘(22.1%) 아일랜드(21.1%) 폴란드(20.7%) 순이었다. OECD 평균은 16.1%다. 저임금 금로자는 전일제 근로자의 중위임금(임금을 나열했을 때 가운뎃값)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근로자를 가리키며 우리나라의 중위임금은 시급 1만100원(2010년 기준)이다.
특히 고령 근로자의 저임금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발생하는 특이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은 2005년을 기준으로 20대~60대 이상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연령대별로 37.2%, 19.2%, 17.2%, 16.4%, 28.1%로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다가 60대 이상에서 조금 올라간다. 반면 우리나라는 26%, 16.8%, 24.5%, 34.6%, 65.8%로 40대부터 연령과 함께 치솟는다. 60대 이상은 3분의 2가 저임금 근로자다. 중위임금의 절반에 못 미치는 초저임금 근로자도 60~64세의 32.1%, 65~69세의 47.8%나 된다.
즉 미국은 20대 청년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전에 저임금을 받는 반면 우리나라는 별다른 노후 대책 없이 퇴직한 고령층이 저임금 일자리에 내몰리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녀의 부양에 기댈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해 오히려 대졸자 자녀들까지 떠안아야 하는 일이 흔하다. 보고서는 "고령자들이 근로소득 외에 생계유지를 위한 다른 선택이 여의치 않아 낮은 임금에도 지속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50대 이상 중에서도 여성의 저임금은 더욱 심각해 남성은 22.3%만이 저임금을 받는데 반해 여성은 56.2%가 저임금을 받았다.
노년층을 위한 복지정책뿐만 아니라 40대 중년을 위한 일자리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현구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최근 40대에서도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은퇴자를 위한 연금 대책만이 저임금 근로자 비율을 낮추는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년 명예퇴직은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비합리적인 행동"이라며 "중년층이 경력을 발휘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제대로 된 보수도 받을 수 있도록 중년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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