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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3월 7일] 무소유라는 것

입력
2014.03.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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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일요일 오후다. 나는 볕이 잘 드는 계단에 앉아 지난주에 수선을 해온 낡은 가죽부츠에 왁스를 바르고 헝겊으로 잘 닦았다. 그러곤 그냥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문득 적게 소유하고 풍요롭게 존재하라, 라는 말이 떠올랐다. 풍요롭게 존재한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집착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소유하는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리라. 마흔이 넘고 보니, 물질이나 재화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소유함을 경계해야 할 것 중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라는 것. 사실, 재화나 물질에 대한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은 우리 모두 얼마간은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까지 버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 모두는 외로운 존재이고 나약한 동물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사랑받고 인정받고 존경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과 상처와 불화가 발생하는가. 수행하는 내내 무소유를 실천했다는 법정 스님 역시 당신에 대한 대중들의 존경심이나 경애심까지 물리치지는 못하지 않았나. 외려 스님은 그것을 즐긴 것은 아닌가. 그건 그리스도도, 석가모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정한 무소유란, 자신에게 따라붙는, 자신을 우러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갖지 않는 것이리라. 아니, 사실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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