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압해면과 암태도를 잇는 새천년대교가 완공되기도 전에 조직적인 공사 비리로 얼룩졌다. 아우디 승용차 등 수억원대 뇌물을 주고받은 시공회사와 하도급업체 현장소장이 구속됐고, 이들은 이 돈을 유흥업소에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6일 새천년대교 공사 과정에서 뒷돈을 주고 받고 공사비를 부풀려 가로챈 혐의(배임수재 및 뇌물공여 등)로 시공회사 대우건설의 현장소장 박모(57)씨와 하도급업체 도양기업 현장소장 김모(46)씨를 구속했다. 또 감리업체인 ㈜천일의 직원과 또 다른 하도급업체 관계자 등 8명도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2011년 8월~지난해 11월 하도급업체 선정과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씨로부터 월 1,000만원씩 총 2억 원과 1억2,000만원 상당의 아우디 승용차를 받는 등 하도급업체 관계자들에게 총 3억5,500여 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박씨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발주처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공사비를 늘려 줄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도양기업의 공사비를 3.03% 증액해 주고 그 대가로 매월 1,000만원씩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에게 상납했던 김씨도 공사 자재비를 실제보다 부풀린 뒤 그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총 12명의 납품업자들에게 12억 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업체로부터 돈을 받을 때는 친척 명의의 통장을 사용하거나 일부는 현금으로 직접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중 일부를 박씨에게 상납했으며 1년 7개월 동안 유흥업소 등에서 유흥비로만 5억원을 탕진하기도 했다.
공사현장의 책임감리를 맡고 있는 장씨(60)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씨도 박씨와 부부 동반으로 3,000만원을 들여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고 감리직원들과 수 차례 유흥업소를 출입,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자재회사 13개 업체가 대우건설과 도양기업과의 거래를 조건으로 12억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을 확인하고, 이 중 6개 업체 관계자를 우선 입건했다.
길이 10.8㎞의 새천년대교는 2018년 8월 완공 목표이며, 총 사업비는 5,5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이 참여한 1공구는 공사비로 2,600억원이 책정됐다.
무안=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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