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가질 만하다. 2007년 개봉해 292만9,400명을 모은 전편 '300'의 인상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300'의 흥행 성적은 예상 밖이었다. 주인공인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를 연기한 제라드 버틀러는 관객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만한 인장을 가진 스타가 아니었고, 페르시아 대군에 맞선 스파르타 용사 300명의 사연도 그리 풍성한 이야기 거리는 아니었다. 일등 공신은 잭 스나이더 감독이었다. 나라와 가족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대수롭지 않은 듯 목숨을 던지는 육체파 수컷들의 몸짓은 스나이더의 역동적인 잿빛 영상미로 극적 효과를 얻었다. '마초들의 귀환'이라는 환호와 비아냥이 동시에 담긴 평가를 받으며 '300'은 흥행작이 됐고 스나이더는 촉망 받는 감독으로 주목 받았다.
'300: 제국의 부활'은 레오니다스가 페르시아 대군에 맞섰던 시기 아테네 용사들이 바다에서 빚어낸 전설적인 무용담을 재연한다. 살라미스만에서 악녀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의 잔악한 공세에 맞선 그리스 장수 테미스토클레스(설리반 스탭플턴)의 용맹과 지략이 102분을 이어간다.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가 군을 일으켜 그리스 정복에 나서게 한 테미스토클레스와 크세르크세스의 악연을 소개하며 갈등의 근원을 드러내기도 한다. 워낙 단선적인 이야기라 개성 넘치는 영상에 많이 기댔던 전편과 달리 '300: 제국의 부활'은 좀 더 개연성 있는 극을 구축하려 한다. 하지만 영웅들의 활약상과 악인들의 잔혹함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이야기의 단순함은 '300'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외관에 여전히 앙상한 이야기는 '300: 제국의 부활'의 감출 수 없는 취약점이다.
영화는 액션으로 자신의 단점을 가리려 한다. 주요 인물들은 베고 또 베고 지겹다 싶으면 찌르고 또 찌른다. 배끼리 충돌시켜 해전만의 묘미를 보여주려 하기도 한다. 한 장면에 한번 꼴로 피가 스크린을 흥건하게 적신다. 늦가을 낙엽처럼 스러져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폭력에 무감각한 성인 게임의 여러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잔혹한 액션이 넘치고 넘쳐서 되려 입가에 손이 가도록 한다.
영화를 이끄는 힘은 그리스 영웅 테미스토클레스보다 아르테미시아로부터 나온다. 끔찍한 과거 때문에 오직 그리스의 멸망을 보고 싶은 아르테미시아는 조국 사랑만을 외치는 테미스토클레스나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돌변한 크세르크세스보다 더 입체적인 인물이다. 아르테미시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휘두를 때마다 스크린은 한기에 휩싸인다. 짙은 눈 화장으로 기이한 매력을 풍기는 그린의 외모와 연기가 사연 많은 냉혈녀 아르테미시아를 완성한다. 만일 '300: 제국의 부활'이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면 그린과 아르테미시아의 공이 클 것이다.
아이맥스와 3D로도 상영을 하는데 약심장이라면 2D 극장을 찾길 권한다. 사람의 눈에 화살이 꽂히거나 가슴과 배에서 피가 쏟아지고 까마귀가 사람 시체를 뜯어 먹는 장면을 지나치도록 실감나게 즐길 수는 없을 테니까.
전편 감독이었던 스나이더는 제작자로 물러앉아 이 영화의 완성을 지휘했다. 대신 광고계에서 영상 경력을 쌓은 노암 머로가 메가폰을 잡았다. 6일 개봉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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