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보상총괄부에 근무하는 박태균(36) 과장은 입사 8년 차 서울 토박이다. 한국감정원의 대구 혁신도시 이전에 맞춰 지난해 8월 가족과 함께 회사 인근 아파트로 이사온 그에게 가장 큰 변화는 출퇴근 시간이다. 예전에는 경기 수원에서 서울 삼성동 회사까지 통상 100분 정도 걸리던 것이 지금은 걸어서 10분, 승용차로 5분 거리다. 하루 3시간의 여유가 생기다 보니 자전거와 등산, 테니스 등 자신과 가족에 투자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한국감정원 1층의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짜리 아들과는 출퇴근도 같이 한다. 대구에 정착한 지 6개월 만에 대구 도심과 근교는 물론 경주와 포항, 안동 등을 여행다니고 팔공산도 오르면서 잃었던 삶의 여유를 되찾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대구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가 대구 발전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또 혁신도시 일대에 터전을 잡은 공공기관 가족들이 대구에서 새로운 삶을 찾으면서 대구변화의 한 축이 되고 있다.
12개 기관이 입주할 혁신도시에는 2012년 12월 중앙신체검사소를 시작으로 한국감정원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4개 기관이 이전했다. 또 내년 초까지 한국가스공사와 중앙교육연수원 등 나머지 기관들도 이전을 마무리한다. 이에 따라 내년이면 421만6,000㎡의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임직원만 3,254명에 이르고 정주 계획인구 2만3,000여명, 외래 방문객 연간 30만명이 넘는 자족형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혁신도시에는 공동주택 5,497세대와 단독주택 598필지가 계획돼있고 지금까지 공공분양 아파트 350세대와 공공임대 아파트 448세대가 분양됐다. 또 우수과학인재 육성을 위한 대구일과학고가 2011년 3월, 12학급 240명 규모로 개교했고, 초등학교 2곳과 중고교 각 1곳이 연차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느끼는 생활의 변화도 상당하다. 중앙신체검사소의 권혁환 의사는 "대구로 이전한 공공기관마다 직원끼리 스크린골프와 풋살, 야구, 테니스, 농구, 등산 등 동호회가 활성화 되고 있다"며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젊은 직원들은 평일 퇴근 후 동호회 활동을 통해 활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일 기숙사 생활에 주말에는 서울로 오가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대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여기다 업무상 협의를 할 기관들이 서울과 수도권, 세종시 등에 집중되어 있어 출장 때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배헌식 대구시 혁신도시지원단장은 "혁신도시 조성이 완료되면 공공기관이 납부하는 지방세와 예산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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