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지도 못하던 아이가 승마치료 후 1년 만에 계단도 혼자 오를 수 있게 됐어요."
4일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승마센터인 경기 시흥시 'KRA 시흥 승마힐링센터'에 부모의 손을 잡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몰려왔다. 겉보기에는 여느 학생과 다를 바 없는 각자의 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거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후유증으로 자살 직전에까지 이르렀던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힐링센터에 도착해 헬멧과 보호조끼 등 안전장비를 챙기자마자 1주일 동안 자신들을 기다렸던 말에게 달려가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요즘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이들의 처음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승마 치료사 이호신 팀장은 "처음에는 부모님에게 마지 못해 끌려와서는 시간만 때우다 갔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이 서서히 아픔을 지워나가면서 이제는 승마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9월 문을 연 시흥 승마힐링센터가 정신적 신체적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승마를 통해 치유하면서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중독 평가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고위험 사용자군'으로 분류된 청소년 10명이 모두 8차례 승마치료를 받고 나서는 모두 정상인 '일반 사용자군'으로 호전됐다.
중증 신체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도 승마 치료 후 걸음걸이나 자세 등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1년간 승마치료를 받은 A(7)군은 힐링센터를 처음 찾았을 당시 중증 소아마비로 혼자 걷지도 못하고 10㎝ 높이의 발판도 못 올라갔지만 치료 후에는 혼자서 계단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이 팀장은 "말에 오르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그 동안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장애아들의 자세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A군은 병세 호전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승마치료를 중단해야만 했다. 신체장애 아이들을 위한 승마는 3년 이상 대기자가 밀려있어 1년 치료 후에는 다시 대기자로 돌아가 순번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힐링센터는 일반 승마장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시간당 3만원의 수강료를 받으면서 운영하다 보니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신체장애 아이들을 위한 승마치료 시간을 늘릴 여건이 못된다. 일반 승마치료에 비해 신체장애 승마치료는 하루 이용 가능 인원이 30% 수준에 불과하고 강사도 4배 가량 많아야 한다. 결국 장애아들이 승마치료로 큰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힐링센터측은 많은 장애아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 재활승마의 의료보험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배근석 승마힐링센터장은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꾸준한 승마치료가 도움이 되지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1년 이상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처럼 우리도 재활승마를 의료보험 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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