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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3월 6일] 공무원연금 개혁, 이러다 또 못한다

입력
2014.03.0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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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드러지게 강조한 건 의외였다. 당초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계획 초안에도 그 얘기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해당사항은 초안의 '15대 핵심과제'는 물론, '100대 실행과제'의 제목에서도 명시조차 되지 않았다. 단지 핵심과제 2번 '재정ㆍ세제 개혁' 계획 중 '재정지출의 효율성과 책임성 강화' 항목에 지방자치단체 파산제 추진과 함께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 정도만 나와 있을 뿐이었다.

혁신하자는 마당에 공무원연금 개혁 얘길 안 하면 욕 먹을 것 같고, 그렇다고 진짜 개혁할 마음까진 없어서 어정쩡하게 '관료적 시늉'만 낸 것 같은 인상이 짙었다. 그랬던 게 대통령이 계획을 직접 발표하기로 하면서 부각됐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등 3개 공적연금 개혁 추진을 담화문에 명시하고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개혁에 선뜻 나서고 싶지 않은 관료들과 달리, 문제를 직시하여 환부를 수술하려는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이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번에도 변죽만 울리다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차일피일 미루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다. 내년 중에 재정 재계산을 하겠다는 얘기만 해도 그렇다. 재정 재계산은 공무원연금 기금고갈 시점, 국가보조금 규모 추이 등을 분석하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이미 공무원연금의 문제점에 관해 수없이 많은 연구와 비판은 물론이고, 대강의 개혁방향까지 나와 있는 마당에 정책 추진의 사전 작업에 불과한 재정 재계산을 굳이 내년으로 미룰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예정대로 내년 중반쯤 '공무원연금 개선방안' 같은 게 나온다고 해도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공청회에 몇 개월, 법안 마련에 몇 개월 하는 식으로 지연되다 내년 정기국회를 넘기면, 2016년엔 19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연초부터 총선 국면에 휩쓸려 법안 처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 역시 그 전까지는 총선 공천권을 갖고 국정 장악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엔 큰 개혁을 추진할 만한 동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게 뻔하다.

공무원연금이 시급히 개혁돼야 할 이유와 명분은 명확하다. 무엇보다 '덜 내고 많이 받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기금이 이미 고갈되어 국고가 대책 없이 그쪽으로 줄줄 새나가는 상황이 시작됐다. 이번 정부에서만 공무원과 군인연금 적자 보전에 쓰일 혈세만 22조원이다. 공공기관이 방만경영으로 혈세를 축내는 게 조롱박 규모라면, 공무원들은 커다란 양동이로 퍼내가는 상황이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 없인 재정개혁은 헛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비슷한 상황에 빠진 군인 및 사학연금 개혁, 나아가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 있는 것도 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모든 연금에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 개혁이 절실하지만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이 웅크리고 있는 바람에 다른 연금 개혁도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간 역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시도는 매번 실패했다. 김대중 정부 땐 오히려 연금 고갈 시 국가지급보증을 명문화 하는 '당근'을 보장한 개혁이었고, 노무현 정부 땐 사정이 여의치 않자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 보다 국민연금 개혁이 우선"이라고 선언하면서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엔 국민연금 개혁에 따라 개혁이랍시고 시도했으나, 공무원 노조 출신들이 개혁위원회를 사실상 장악해 시늉뿐인 개혁에 그쳤다. 정권은 공무원 눈치를 보고, 공무원들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식이 끝없이 되풀이 된 셈이다.

공공기관 개혁을 얘기하지만, 박근혜 정부 공공개혁의 성패를 가를 관건 역시 공무원연금이 될 공산이 크다. 성공하려면 내년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개혁에 착수해야 하고, 관료가 아니라 국회 등 객관적 제3자가 그걸 주도해야 한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구체적 추진 일정도 공공기관 임단협이나 지방선거 전에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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