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5일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키면 국물도 없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헌정회 초청 강연에서 "지난 1년 동안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설득은 읍소나 부탁 차원이 아니고 당당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북한이 우리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속된 말로 국물도 없다' '약속을 지켜라, 우리도 지킬 것이다' '과거 한국 정부처럼 우리를 대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설득했다)"며 "그런 것들이 조금씩 북측 위정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류 장관은 지난달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로 들며 "과거처럼 뭔가를 주고서 한 것이 아니며, 상봉이 잘 되면 남북이 호혜적으로 풀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을 얘기해 행사를 무사히 치러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선 "금년에는 무슨 일 있어도 북한인권법을 만들어 내겠다. 국제사회가 하는데 우리가 하지 못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류 장관의 언급은 북측에 아무런 대가 없이 끝까지 원칙을 지켜 인도주의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물도 없다" 등의 직설적 비유가 자칫 북한을 자극해 모처럼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북측에 상봉 정례화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제안한 상황에서, 북측이 류 장관의 발언을 구실 삼아 협상을 거부하거나 대남 비난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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