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감독 영화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감독 스티브 매퀸)이 흥행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작품상 수상 뒤 관객이 부쩍 늘어 '오스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출연 배우인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수혜를 입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노예 12년'은 4일에만 2만39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했다. 3일(1만3,365명)보다 7,000명 가량이 늘어난 수치로 일일 흥행 순위도 6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 '노예 12년'은 27일 개봉 이후 5일 동안 일일 흥행순위 6위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예매점유율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5일 오후 기준 예매점유율에서 '논스톱'과 '300: 제국의 부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역시 15만5,773명으로 늘었다. 아카데미상 수상 효과가 역력하다.
'노예 12년'은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전에도 예상 밖 선전을 했다. 예술성 짙은 영화인데도 개봉 4일만에 10만 관객을 넘었다.
초반 흥행은 배우들이 이끌었다는 평이 많다. 특히 TV 드라마 시리즈 '셜록'으로 국내 여성 팬이 많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컴버배치는 자유인으로 살다 노예로 끌려온 주인공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의 첫 번째 주인 포드를 연기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개봉한 '카운슬러'와 '노예 12년'은 브래드 피트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출연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카운슬러'는 흥행에 실패했다"며 "'노예 12년'의 흥행 바람엔 컴버배치의 티켓 파워가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컴버배치의 영향력은 지난해에도 간접 증명됐다. 그가 악당으로 출연한 '스타트렉: 다크니스'(160만6,269명)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전편인 '스타트렉: 비기닝'(108만5,281명)보다 관객이 많았다. '노예 12년'의 수입사는 치웨텔 에지오포가 뛰는 모습을 담은 미국 포스터와 달리 조연인 컴버배치와 패스벤더를 에지오포와 함께 배치하는 한국용 포스터를 따로 만들어 배포했다.
관객이 늘면서 '노예 12년'의 장기 흥행도 기대된다. '노예 12년'의 공동수입사인 프레인 글로벌의 이주연 마케팅부장은 "높은 예매점유율을 감안할 때 '개싸라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개싸라기는 관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색 현상을 가리키는 충무로 은어로 장기 흥행의 가능성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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