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재검토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의 카트리나 맥팔랜드 획득담당 차관보는 이날 오전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관련 회의에 참석해 "국방부는 당면한 예산감축 압력을 고려해 (재균형)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며 "솔직히 그것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군은 (아시아)동맹국들에게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병력의)순환배치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맥팔랜드 차관보의 발언은 워싱턴에서 국방예산 감축으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유지하는 것에 회의론이 제기된 때 맞춰 나왔다. 앞서 조너던 그린너트 미 해군참모총장도 "국방예산 감축에 따라 해군 전력의 60%를 아시아에 배치하는 재균형 전략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전문 온라인 매체인 디펜스뉴스는 맥팔랜드 차관보의 발언에 대해 "(국방부의)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를 전했다.
디펜스뉴스가 지난 1월 국방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은 재균형 전략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응답이 62%를 차지했다. 논란이 커지자 맥팔랜드 차관보는 이날 오후 별도 성명을 내고 "아시아 중심전략에 예산상의 어려운 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이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미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2014년 '4개년 국방정책보고서(QDR)'에서 외부위협 억제를 통한 본토 방어, 전세계적 안보구축, 외부공격을 패퇴시킬 결정적 능력확보 등 3가지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QDR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계속 추진할 뜻을 밝혔으나, 군사력 증강의 경우 이미 발표된 것보다 진전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QDR은 동북아시아에 대해 강력한 군사태세를 확보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ㆍ핵 개발이 미국의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력한 미사일방어(MD) 능력의 확보를 주문했다. 한국군에 대해선 고도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춰 점차 한국 국방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국방전략을 담은 QDR은 미 국방부가 4년 단위로 마련해 의회에 보고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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