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 지난 7년간 그 숫자가 18배 늘었다. 그러나 이런 양적 팽창 이면에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빈 껍데기 상태의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문제가 숨어있다.
사회적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취약계층 지원 수단의 하나로 등장했다. 풀뿌리처럼 퍼진 민간 기업에게 정부 조직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맡기자는 취지로 시작됐으며, 2007년부터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돼 본격적인 틀을 갖추었다. 이때부터 정부는 취약계층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거나 간병,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지원을 해왔다.
그 결과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인증사회적기업은 2007년 55개에서 지난해 말 1,012개로 늘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지정한 예비사회적기업을 합치면 사회적기업은 2,534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 직원 중 60%(1만3,661명)는 장애인,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이다. 겉으로는 사회적기업이 단단히 뿌리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실은 초라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사회적기업은 기업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부실하다. 영업이익 흑자를 낸 인증사회적기업 비율은 07년 73%에서 11년 14%로 급감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최대 3년까지 지원하는 정부 인건비를 산소호흡기 삼아 버티고 있다.
'취약계층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육성법 도입 취지도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인증사회적기업의 83%는 근로자 수가 30명 이하인데 이마저 해마다 줄고 있다. 인증사회적기업의 58%는 "인건비 지원이 중단되면 폐업, 일반기업으로 전환, 인력감축을 하겠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사회적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보다 정부 인건비 지원에 의존하다가 3년 시한이 지나면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도 빈약한 수준이다. 인증사회적기업의 65%가 단순히 취약계층을 채용하는 '일자리 제공형'에 그치고 있고 사회서비스를 하는 '사회서비스 제공형'은 6%에 불과하다. 혼합형(15%)과 기타형(13%)도 대부분 일자리 창출형으로 운영된다. 사회적기업이 발달한 유럽에선 비율이 반대다.
이처럼 부실 사회적기업이 양산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정부 정책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건비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 결국 정부 지원비를 타내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지원비 자격요건만 갖추려는 기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증사회적기업 경영진들도 정부의 형식적 지원에 불만이 많다. 입법조사처 설문에서 "정부가 알선한 경영컨설팅은 전문성이 없이 정부 돈 타내는 수단에 그쳤다"거나 "시설투자가 어려운데 관련 지원은 없다"는 등의 답변이 많았다.
손을춘 입법조사처 서기관은 "사회적 기업 대부분이 적자 상태인데 정부는 2017년까지 3,000개로 더 늘릴 계획"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양적 확대는 정부에 의존하는 영세업체만 늘린다"고 지적했다. 손 서기관은 "사회서비스 제공형 기업은 시장에서 수익 창출이 어려운 만큼 인건비를 계속 지원해 수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형 기업은 자생력을 키우도록 사회적 기업의 성격에 따라 차별화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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