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장애인 학교 경영진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최모(48)씨는 지적 장애 1급인 자녀(19)를 정신지체 특수학교인 서울 명수학교에 보낸다. 매일 아침 학교 정문까지 아이를 바래다 주고 한숨을 내쉰다는 최씨는 "장애아로 태어나게 한 것도 미안한데 이런 학교에 다니게까지 해 부모로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5일 이 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적ㆍ자폐성 장애 전문 특수학교인 서울 명수학교(서울 성북구 성북동)는 국내 162개 특수학교 중 유일한 개인 소유 형태로 1968년 개교 이래 경영진 일가의 입맛대로 운영되고 있다. 특수학교 대부분이 사회복지법인이나 학교 및 재단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학교는 설립자의 장남 최모(62)씨가 개인 명의로 경영 중이다. 설립자의 장녀 최모(63)씨가 교장, 장남의 부인 한모(54)씨가 행정실장을 맡고 있다. 현재 초중고교 총 16학급에서 96명이 재학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매년 3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지만 회계 및 운영 총괄 권한은 전적으로 경영자 개인에게 있다. 교육당국의 관리 감독에서 자유로운 탓에 최근 경영진들의 각종 비리가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시교육청은 경영자와 행정실장이 2005~2008년 학교 회계에서 약 3억원을 꺼내 개인 명의의 토지 매입비로 쓰고 2009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당직수당 약 6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뿐만 아니라 2008년부터 이들 부부의 집 전기요금 등 약 400만원도 학교 공금에서 빠져나갔다. 이들은 그 해 10월 서울 북부지법으로부터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교육청도 중징계(정직) 처분을 내렸지만 그밖의 다른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는 없었다.
학부모들은 장애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학교 시설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 황모(45)씨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고학년이어도 신체 발달이 느려 유아용 변기가 필요하지만 학교에는 성인용 변기밖에 없다"면서 "키가 140㎝도 채 안 되는 아이들이 발이 동동 뜬 채 용변을 보고 요즘 지하철역 장애인화장실에도 다 있는 안전바조차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3~4층 건물 2곳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창문에 안전시설이 없어 추락 위험이 컸다. 몇 년 간 학부모들이 요구와 교육청의 시정조치 끝에 지난 2월 말 창문에 안전바가 설치됐다. 하지만 경사 심한 계단과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장애인 이동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학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재학생들은 장애정도가 1급인 중증 장애아들로 일반학교 진학이 불가능하고 거주지역구 배정 원칙에 따라 다른 지역 특수학교로 배정받을 수도 없다.
학부모 주모(55)씨는 "당장 없는 시설은 만들면 그만이지만 진짜 문제는 학교를 개인 재산을 늘리는 도구로 이용한 경영자 일가에 있다"며 "이들은 학교를 제대로 운영할 의지도, 특수교육 마인드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학교 시설 감독과 더불어 명수학교 법인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입장에서도 법인화하면 관리감독이 수월하지만 학교가 먼저 요구를 해야 하고 15억원 가량의 별도 재산이 필요해 교육청에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시설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 중"이라며 "과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조치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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