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의 애정촌에는 친구도, 자유도 없어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지난해 SBS '짝'에 출연했던 A(31)씨가 5일 새벽 촬영 도중 숨진 채 발견된 전모(29)씨의 행동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짝'은 일반인 출연자들이 애정촌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며 마음에 맞는 상대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출연을 신청한 일반인을 사전 인터뷰해 10명 내외의 출연자를 결정한다. 제작진과 출연자는 이후 '출연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A씨는 이 동의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출연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 방송에 나갈 수 있다"며 "출연자는 애정촌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음성에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하는 게 골자"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촬영한 영상의 편집권에 출연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애정촌에는 남녀의 방에 소형카메라가 각각 2, 3대 놓여 있으며 출연자들이 모이는 거실과 주방에도 3, 4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출연자 1명당 1, 2명의 카메라맨이 붙어 하루 종일 따라 붙는다. 유일하게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공간이 화장실이다. A씨는 "출연자들이 화장실에서 비밀 얘기를 주고 받기도 한다"고 했다. 휴대폰 통화는 제작진 1명이 있는 상태에서 내용이 들리도록 스피커폰으로 해야 한다.
제작진의 입김도 존재한다. A씨는 "제작진은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상담과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길 원한다"며 "출연자들은 동의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항의할 수 없다"고 했다. 남녀의 애정 전선에서 은근히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A씨는 지난해 출연 당시 제작진으로부터 "당신 방송 분은 재미가 없어서 안 내보낼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출연자 혼자 감당해야 한다. A씨는 "자유도 없고 친구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한다"고 말했다.
'짝'은 3년 전인 2011년 방송을 시작한 뒤 스펙 경쟁, 외모지상주의, 홍보성 출연, 신상 털기 등으로 수 차례 논란을 일으켰었다. 연예계 전력이 있거나 쇼핑몰 운영자가 출연해 자신을 홍보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으며 성인물 출연 경력이 있는 남성이 나와 빈축을 산 적도 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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