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윤지는 여러 날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의 캐릭터 ‘광박이’를 비워내고 있었다. 6개월여 촬영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듯 감기 몸살까지 겹쳐 드라마와 이별에 제대로 앓고 있었다. 이윤지는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인터뷰도 캐릭터를 마치는 작업 중 하나에요. 드라마를 촬영하며 문을 열었다면 인터뷰로 문을 닫아야죠. 열정을 다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광박이를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요”라고 말했다.
●내 가족 같았던 왕가네 식구들
의 제목처럼 가족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는 터라 출연진이 내 가족 같았고, 실제의 가족과는 더욱 많은 소통을 하게 됐다. 드라마 속 대가족 안에서 중간자적인 입장이던 셋째 딸로 어떤 입장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극중 상남과의 결혼으로 생긴 시집살이는 결혼 적령기인 그에게 일종의 대리체험이자 현실적인 결혼에 참고사항도 됐다.
무엇보다 할머니, 엄마, 두 언니를 연기한 선배 배우들을 통해 연기와 인생을 공부하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나문희, 김해숙, 오현경과 이태란은 앞으로 이윤지가 걸어야 할 나이대를 사는 실존 인물이다. 이들이 극중 보여준 연기력은 한 톨도 버릴 게 없는 알짜배기 공부인 셈이었다. 이윤지에 따르면 NG조차 허투루 할 것 없는 교과서와 같았다. “예를 들어 엄마 김해숙 선배의 대사를 제가 생각한 것과 현장에서는 어떻게 소화되는지 비교하면 깜짝 놀라요.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표현이 나오거든요. 배우로서 큰 수확이었죠. 여배우뿐만 아니라 여자로서도 존경할 분들과 작업해 행복한 시간이 됐죠.”
드라마가 온전히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었기에 실제 있을 법한 남의 집을 엿본 듯했다. 데뷔 이래 가족 전체가 거실에서 모이는 횟수를 가장 많이 촬영했다. 극중 벌어지는 가족회의가 주는 의미는 매번 남달랐다. 삼대가 모이고, 시아버지와 시이모, 시조카와 함께 사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어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윤지는 드라마 속 수많은 연기 중 거실에 모인 장면을 인상적으로 꼽았다. “광박이가 문을 열고 ‘다녀왔습니다’하고 들어오며 거실에 모인 가족들을 볼 때 울컥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모여 앉은 것만으로 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며느리하느라 체력 한계… 끊었던 고기도 찾아
은 최종회까지 막장 논란, 황당 결말로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윤지가 연기한 광박의 며느리 오디션도 논란이 된 소재였다. 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설정에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또 호응했다. 이윤지는 촬영에 앞서 어떻게 며느리 오디션이 말하는 의미를 충분히 생각한 뒤 연기에 나섰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잖아요. 문영남 작가님이 극적으로 강조하고 과장되게 표현한 게 며느리 오디션이라 생각해요.”
이윤지는 이 드라마를 촬영하며 체중이 5kg이나 줄었다. 빠듯한 촬영 스케줄에 더해 연극 까지 소화하느라 몸무게가 절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윤지는 “체력적 부담에 몸이 솔직하게 반응해요. 배우로 재미를 잡는 대신 체중을 잃었죠”라며 배시시 미소지었다. 이윤지는 에 출연하기 전만 해도 음식을 조절해왔다. 하지만 두 작품을 동시 연기하면서 끊었던 고기와 홍삼으로 기운을 보충했다. “몸이 힘드니까 ‘살스러운 것’을 넘겨야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완전 채식주의자는 아닌데 건강을 위해 육류를 피해왔어요. 실은 채식하면 동료 배우 김효진씨처럼 늘씬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결혼은 빨리’ 인생 계획 수정
이윤지는 을 촬영하며 30대에 들어섰다. 드라마를 촬영하며 인생 계획을 수정하는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20대 때는 결혼보다 일이 좋아 “좋은 때 가겠죠”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서른을 맞은 이윤지는 일만큼 가정의 중요함을 로 깨달았다. 광박이를 연기하며 결혼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았다. 하루라도 젊은 나이에 일도 더 많이 하고, 아이도 많이 낳고 싶어 빠른 시기에 결혼하고 싶다. 이윤지는 하나의 이유도 덧붙였다. “나중에 저와 함께 아이를 돌봐주실 부모님도 나이가 들어가니까요”란다.
동갑내기인 극중 남편 한주완과의 찰떡호흡에 ‘혹시?’하는 시선도 모았다. 이윤지는 “상대 배우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고 들어가는데 한주완씨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다른 때보다 빨리 더 친해지려 노력했어요. 그런 노력이 화면에 잘 드러난 것 같아요.”
이현아기자 ㆍ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한국스포츠 이현아기자 lalala@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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