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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울리는 울진유통농업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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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울리는 울진유통농업법인

입력
2014.03.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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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서면 두레공동체 작목반 농민들은 ㈜울진유통농업법인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울진유통은 지난해 6월 작목반 8농가와 무 300톤(2억1,000만원 상당), 양배추 200톤(1억8,000만원 상당)을 계약재배로 사들이기로 했으나 막상 9월 출하시기가 되자 안면몰수를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농산물 품질을 문제 삼으며 3,000만원의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작목반 대표 김창섭(63)씨는 "울진유통 측이 판매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 큰데도 농산물 품질을 트집잡아 계약을 파기했다"며 "생산한 무와 양배추 일부는 당시 사직상태였던 울진유통 최모 대표이사가 매입, 차익을 남겼다"고 주장하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울진군이 지역의 친환경농산물의 판로개척을 목적으로 설립한 ㈜울진유통농업법인이 오히려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만성적 적자로 지역 농산물에 대한 매입 단가가 낮아지면서 농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부실경영과 인사잡음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법인은 2009년 4월 울진군 7억원, 지역농협 등 12개 생산자 단체 4억원, 640명 농민 4억원 등 자본금 15억원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설립 5년만인 현재 자본금 6억원 정도 잠식됐고, 매년 1억5,000여만원의 보조금을 포함하면 매년 2억∼3억원씩 모두 12억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 매출 규모도 손익분기점인 50억원에 훨씬 미달하는 평균 30억원에 불과하다. 농산물 유통업자 이모(42)씨는 "사무실과 보조금을 지원 받는 직원 7명의 회사 치고는 이해할 수 없는 적자 규모"라고 말했다.

여기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울진유통 대표이사가 두 달 만에 사직하는 등 5년 동안 5명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또 같은해 11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모 대표이사는 공모과정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유례없이 자격요건을 50세 이하로 제한했고, 서울의 농산물유통법인 대표이사라는 이중직위 때문에 자격시비를 불렀지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울진군이 지난해 10월 울진유통에 파견한 6급 공무원의 정당성 및 역할도 논란이다. 지방공기업법에 의해 설립된 회사이라고 하나 엄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에 공무원을 파견한데다 총괄본부장까지 맡고 있어 공무원 임용령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한 농산물 유통업자는 "전임 군수가 적극 친환경농산물 생산 및 판매를 추진했으나 최근 동력이 많이 떨어지고 비전문가 영입 및 잦은 교체로 울진유통이 부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울진유통 최 대표는 "두레공동체의 병충해와 품질문제로 무와 양배추를 계약물량의 20%만 생산하는데 그쳤다"며 "농산물 매매 당시 울진유통의 위임을 받아 울진유통 명의로 매입했기 때문에 책임질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친환경 농산물이기 때문에 일부 병충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계약물량은 모두 맞췄다"고 반박, 진실 규명과 손해 배상이 시급하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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