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을 규탄하며 러시아 제재에 본격으로 나선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당장 우크라이나로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분쟁에 군사 개입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군사력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었던 크림의 긴장상황은 해소됐으며 이제 그런 필요성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앞서 서부 레닌그라드주를 방문해 군사훈련을 참관한 뒤 우크라이나 접경에서 훈련 중이던 대규모 병력의 원대 복귀를 명령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하지만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서부 지역에서 일어났던 혼란 사태가 동부 지역과 크림으로 확산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에 이에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일 혼란이 동부 지역에서도 시작되고 우리에게 지원 요청이 오면 우리는 러시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의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어떤 개입도 "국제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싸울 생각이 없다"면서 "전면전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 군기지를 포위한 병력은 '자기방어에 나선 현지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군대는 개입되지 않았다"며 "그곳의 많은 유니폼들이 비슷해 보였을 뿐"이라고 발뺌했다.
푸틴은 키예프의 반정부 시위대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낸 것은 반헌법적 쿠데타이자 무력에 의한 권력 장악이라며 "야누코비치만이 유일한 합법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모든 위협은 역효과를 낳으며 해롭다"면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는 서방 자신에도 해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개최할 준비가 돼 있지만 서방 지도자들이 참가를 원치 않으면 "올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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