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이유로 한달 째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는 충남 천안의 종교공동체 '영성마을' 주민들이 교육청에 마을 내 분교장 설치를 요구해 집단등교 거부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4일 천안교육지원청과 보산원초교에 따르면 영성마을 주민들은 마을내 분교장 설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 3일 전교생이 참여하는 신입생 입학식에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았다. 입학식에는 영성마을 입학생 2명과 다른 마을에 살고 있는 11명 등 13명만 참석했다.
보산원초교의 전체 학생수는 39명으로 이 가운데 영성마을에 사는 28명은 개학일인 지난달 4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인근 중학교도 5명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학교에서 3㎞ 떨어진 이 마을은 영성교회 신도들이 구성한 종교공동체로 마을에는 초등학생 30명과 중학생 10명이 살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난 달 14일 졸업식에 졸업대상자 6명만 등교시켰었다.
학부모들은 "제도권 학교교육은 경쟁을 부추겨 종교적 순수성이 떨어져 종교 교육이 필요하다"며 "홈 스쿨 형식으로 일정기간 학생들을 교육하겠다"고 통보 한 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1989년부터 형성된 영성마을은 220여 세대 650여명의 주민이 공동체 생활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은 마을교회에서 운영하는 1년 과정의 종교프로그램에 참가해 합숙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와 천안교육지원청은 개학당일부터 가정방문을 통해 학부모 설득에 나섰으나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학교측은 입학식 전날 학교 신입생 2명의 학부모로부터 입학식 참여통보에 등교거부사태가 해결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담과정에서 이들 신입생도 등교거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분교장 설치와 교사파견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천안교육지원청은 분교장 설치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김석진 학교장은 "모든 재학생들이 후배들의 입학식에 참석해 못해 섭섭하지만 빠른 시일 내 돌아와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기 바란다"며 "학부모 개별면담을 통한 설득으로 정상화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마을에 사는 학부모 A씨는 "학교가 어수선해 걱정이 많다"며 "학교에서 학년 합반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전학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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