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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출산 30년새 절반, 동생 없어 외로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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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출산 30년새 절반, 동생 없어 외로운 아이

입력
2014.03.0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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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가명ㆍ7)는 요즘 부쩍 "심심하니 동생을 선물해달라"는 투정이 늘었다.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지 않아서 동생이 없는 것 아니냐"라는 황당한 질문도 한다. 일요일엔 교회에서 또래들과 노느라 집에 갈 생각이 없다. 평일 오후 민호를 돌봐주는 외할머니는 구박까지 받는다. 주사위놀이 규칙을 제대로 모르고, 술래잡기를 해도 잘 못 찾아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는 민호 엄마(39)는 둘째 계획이 없다. "아이 하나만으로도 전쟁"이라는 것이다. 민호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일부터 남편과 일정을 조율하느라 바쁘고, 친정 부모에게 SOS를 치기 일쑤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아이를 맡아주는 유치원을 찾아 두 배 비싼 교육비를 내고 있다. 그는 "지금도 살림이 빠듯한데 일을 그만 둘 각오를 하고 둘째를 낳으면 이중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푸념했다.

외동딸(6)을 둔 회사원 윤모(40)씨는 둘째를 낳아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품은 지 4년이 흘렀다. "첫째를 좀더 키우고" "월급이 좀 오르면" "큰 집으로 옮기면" "맡을 사람이 생기면" 등 둘째 출산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일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는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기회를 놓친 것 같다"라며 "아이 유치원 동급생 10명 중 예닐곱은 외둥이란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동생 없는 외둥이가 늘고 있다. 출생률이 떨어졌지만 둘째, 셋째 출생아 수는 더 빠르게 감소했다.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30년 만에 반 토막이 됐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출생ㆍ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둘째 아이 이상 출생은 21만1,200명(둘째 16만5,900명, 셋째 이상은 4만5,300명)이었다. 1983년 42만4,941명에 비해 50.3%가 줄어든 숫자다.

특히 둘째 아이는 전년보다 9.8% 감소해 1981년(29만618명) 이후 가장 적었다. 첫째 아이 출생은 전년보다 9.7% 줄었지만 2005년(22만3,162명)보다는 많은 22만4,700명을 기록했다.

윤연옥 인구동향과장은 "출산율 자체가 낮은데다 만혼으로 고령 산모가 많아져 둘째를 낳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년 전 27.55세이던 첫 출산 평균연령은 30.73세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임신(35세) 기준에 접근해가는 추세다.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들은 양육비용(40%대), 교육비용(30%대) 때문에 추가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연구원은 "사교육 등 양육과 교육 부담을 완화하는 강력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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