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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크림자치공화국 "이젠 러시아 영토"… 모스크바 표준시로 변경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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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크림자치공화국 "이젠 러시아 영토"… 모스크바 표준시로 변경도 검토

입력
2014.03.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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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총 한 발 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남부 크림반도를 장악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크림 자치공화국 국경 검문소와 군사시설, 여객선 터미널은 모두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3일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케르치 해협에 다리를 건설하기로 한 계획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명령을 발표했고,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는 현재 시간이 신체 리듬과 맞지 않다며 표준시간을 모스크바 표준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크림은 이제 러시아다"

크림반도에 퍼져 있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군사기지는 급파된 러시아 병력에 장악되거나 포위됐다. 러시아군과 정부군이 철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페례발노예 기지 앞에서는 시민 수백명이 몰려나와 무력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타임스는 4일 크림반도 르포 기사를 통해 "크림은 이제 러시아 인들에겐 자국의 영토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크림반도의 케르치와 러시아의 카프카즈 항구까지는 페리로 20분 거리. 최근 이 페리를 통해 러시아로 빠져나가는 우크라이나 인들은 무척 많아졌지만 되돌아 가는 이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케르치에서 만난 한 시민은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러시아가 얼마나 강한지 올림픽을 봐라. 우리가 유럽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뭔가. 그들은 우리를 청소부나 요리사, 심부름꾼으로만 부리려 할 것이다"고 말했다.

케르치에서 크림 자치공화국 수도인 심페로폴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는 한 승객에게 우크라이나 법에 따라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그 승객은 "모든 법은 이미 바뀌었다. 이젠 러시아다"라며 계속해서 담배를 피웠다.

도네츠크 등 동부로 확산

크림 반도의 영향은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로 확산되고 있다. 도네츠크 등 11개 도시에서 동시에 시위가 일어났고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이들 시위는 모스크바와 긴밀히 연결된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시위대엔 러시아인 등 국경을 넘어 찾아온 '시위 여행객'들이 포함돼 있다. NYT는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시위를 자극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내려는 것 같아 보인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도네츠크 의회를 점령했을 때 스피커에선 '러시아인들은 항복하지 않는다'는 옛 소련시대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도네츠크 의회의 시위를 이끈 파벨 구바레프는 의회 연단에 올라 "키예프의 통치를 거부한다"며 "푸틴은 이 도시로 군대를 끌고 오라"고 연설했다.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친러시아 시위대가 시청사를 포위한 가운데 친유럽 성향 시민들의 맞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미, 러시아 제재 패키지 검토

러시아의 크림반도 군사개입에 반발해 미국은 다방면에 걸친 '제재 패키지'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도록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게 초점이다. 하지만 러시아를 제어할 '결정적 한방'이 부족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합동 군사훈련과 양자회담, 군항 방문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무력개입을 의미하는 군사옵션은 일단 배제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련의 경제와 외교적 제재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크림 사태를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미국과 유럽 외교관들이 지난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두 개의 문구는 '점진적 축소'와 '출구'였다며 서방 국가들이 푸틴 대통령에게 체면을 살리면서 크림반도에서 퇴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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