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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증시 '우크라 쇼크' 폭락… 신흥국 펀드, 또 벼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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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증시 '우크라 쇼크' 폭락… 신흥국 펀드, 또 벼랑으로

입력
2014.03.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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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펀드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초반. 처음에는 인도나 중국펀드 위주로 조금씩 소개가 되다가 2006년 이후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동유럽, 중남미 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최고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다. 브라질이나 중국 펀드의 경우 3개월만에 수익률이 100%, 심지어 200%를 넘어서는 경우까지 있었을 정도.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신흥국펀드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은 달라졌다. 큰 충격에 수익률이 급락한 후 다소 회복되는가 싶다가 또 다른 충격에 다시 급락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신흥국펀드에 돈을 넣어두고 불안해서 밤잠을 못 이룬다"는 투자자들이 속출하는 양상. 신흥국펀드 투자자들은 몹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대비 러시아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11.76%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면서 러시아 주가가 폭락하자 러시아펀드에까지 불똥이 고스란히 튄 것이다.

특히 개별 러시아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플러스 성과를 낸 상품이 단 하나도 없다. JP모건자산운용의 'JP모건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C'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3.59%에 달하는 등 대부분 펀드가 -10%를 밑돈다.

러시아가 포함된 신흥유럽펀드와 브릭스펀드도 연초 대비 수익률이 각각 -8.19%, -4.02%로 무너졌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최대 채권국인 러시아가 직격탄을 맞았고, 우크라이나 금융시장 불안이 신흥국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서 위기설이 고조되면서 중남미펀드를 중심으로 신흥국펀드가 '날벼락'을 맞았다. 특히 미국이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서 펀드 수익률은 더 곤두박질쳤다. 지금은 많이 만회했다고는 해도 중남미주식형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여전히 -6.09%에 머물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신흥국펀드와 선진국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 세계 주요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9.43%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선진국시장인 유럽(18.99%)과 북미(28.72%)는 승승장구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흥국펀드에 대한 고수익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고수익을 쫓을 수 있다는 점이 신흥국펀드의 강점이었다면, 이제는 선진국펀드에 비해 위험도 면에서도 수익률 면에서도 어느 것 하나 나은 점이 없다는 얘기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고성장을 이어오던 신흥국 시장이 성장 침체기에 들어가면서 미국 등 선진국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며 "여기에 돌발악재들이 발생하면서 신흥국 시장의 투자 매력은 장기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러시아 펀드뿐 아니라 신흥국 펀드 전반에서 자금 유출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손해를 입더라도 부분 환매해 선진국 펀드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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