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핸드 백핸드면 충분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3ㆍ스위스)가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리는 기세로 코트를 주름잡고 있다. '테니스 나이'로 환갑을 훌쩍 넘긴 페더러에게 "한 물 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페더러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막을 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두바이 챔피언십에서 보란 듯이 정상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대회 통산 6번째 우승이었다. 외신들은 나이로 인한 노쇠화는 (적어도)페더러에겐 시기상조라는 메시지를 전세계 테니스 인들에게 일깨워준 한 판이었다고 전했다. 대진 운을 등에 업은 행운의 우승이 아니라, 황제의 위용을 되찾은 경기 내용을 보였기 때문이다.
압권은 1일 열린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27ㆍ세르비아)와의 준결승전 2-1(3-6 6-3 6-2)역전승이었다.
역대 상대전적에서 16승15패로 살얼음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페더러에게 승산은 별로 없어 보였다. 18개월 전 ATP투어 신시내티 오픈에서 이겨본 이후 내리 3패를 당한 페더러다. 더구나 2011년 이후 12번의 대결에서 조코비치가 9번 승리할 만큼 분위기는 조코비치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날도 페더러는 1세트 자신의 첫 서브게임에서 범실을 남발해 게임스코어 0-3까지 끌려갔다. 14개의 포인트 중 12개를 조코비치에게 내줄 정도로 초반 기싸움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1세트를 3-6으로 내준 페더러에게 반전포인트는 극적으로 찾아왔다.
2세트 게임스코어 2-2로 맞선 가운데 페더러의 서브게임. 30-30에서 수 차례 랠리가 오간 끝에 페더러의 로빙 볼(볼을 높이 띄워 상대의 머리 뒤편으로 넘기는 것)이 코트 밖으로 살짝 벗어나 페더러는 30-40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다. 먹이를 낚아채려는 듯, 조코비치가 네트 앞을 점령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 페더러의 기지가 빛을 발했다. 깊숙이 꽂아 넣은 페더러의 오른쪽 원 핸드 백핸드가 적중해 듀스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숨 돌린 페더러는 결국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켰다. 분위기 대반전의 순간이었다.
사실 페더러의 원 핸드 백핸드는 명품중의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현대 테니스에서 양 손 백핸드가 주류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지만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는 예술성이 가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더러에 이어 한 손 백핸드 계보를 잇고 있는 이는 톱10 랭커중에서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29ㆍ스위스)와 리샤르 가스케(28ㆍ프랑스)다.
이어진 조코비치의 서브게임. 페더러가 40-30으로 앞선 가운데 터뜨린 한 손 백핸드는 이 경기 전체의 백미였다. 조코비치가 날린 회심의 포핸드 스트로크를 엔드라인 끝에서 한 손 백핸드로 받아 쳐, 상대 오른쪽 코너 끝에 꽂히게 만든 것. 조코비치는 손도 못쓰고 쳐다 만 보고 있었다. 야구에 비유하면 '루킹 삼진아웃'이었다. 경기는 이 포인트 한 방으로 사실상 끝이 났다.
원핸드 백핸드에 이은 페더러의 또 다른 주무기는 '서브앤 발리'였다. 첫 서브후 서브앤 발리 성공률이 무려 81%(11개중 9개)에 달했다. 둘째 서브후, 서브앤 발리도 3개중에서 2개를 성공(66%)시켰다.
페더러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밤은 무척 떨린다. (이 기분을)100% 즐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조코비치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공격적으로 풀어간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7일 개막하는 시즌 첫 ATP 1000시리즈 인디언웰스 오픈에서도 페더러의 '양대 무기'가 통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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