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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밖 순교자 현양탑' 돌보는 이준성 주임신부, "교회 위해 온몸 던진 평신도들의 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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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밖 순교자 현양탑' 돌보는 이준성 주임신부, "교회 위해 온몸 던진 평신도들의 순교성지"

입력
2014.03.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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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어라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마태오복음 5장 65절)

"나는 부활이요 생명입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 것입니다."(요한복음 11장 25절)

서울역 부근 서소문공원에 1999년 화강석으로 세워진 '서소문 밖 순교자 현양탑'에 새겨진 성경 구절이다. 현양탑은 높이 15m의 주탑과 높이 13m의 좌우 대칭인 두 탑으로 이뤄져 있다. 조선 말 서소문 밖 네거리였던 이 곳은 신유(1801)ㆍ기해(1839)ㆍ병인(1866)박해를 거치며 천주교 신자가 혹세무민, 대역죄 등으로 고초를 당할 때 가장 많이 처형된 한국 최대 순교지다. 신원이 확인된 순교자만 100명이 넘는다. 1984년 성인 반열에 오른 순교자 103위 중 44위도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세계 최대 성인 탄생지'라 할 수 있다.

서울 지역 순교지 중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이 병인박해 당시 집단 처형 장소, 용산구 이촌동앞 한강변 모래사장인 새남터가 국사범ㆍ지도급 인물의 형 집행지였다면 서소문 밖 네거리는 평신도의 처형장이었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클로드 달레 신부가 1874년 지은 등에 따르면 포졸들이 신자를 태운 우차를 울퉁불퉁한 서소문 언덕길 아래로 빠르게 끌고 내려가며 그들을 피투성이로 만든 뒤 네 거리에서 처형했다.

현양탑을 돌보는 중림동 약현성당 이준성(47) 주임신부를 4일 현양탑에서 만났다. 이 신부는 "새남터가 김대건 신부 등 성직자들의 성지였다면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지(서소문 순교성지)는 자발적으로 교회를 세우고 신앙을 실천했던 평신도들의 순교성지"라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신자 80~300여명이 2010년 3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순교자 현양미사를 드리고 있다"며 "요즘 이곳을 찾는 순례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신부는 "최근 시복(諡福)이 결정된 124위의 순교자 가운데 정약종 아우구스티노(정약용의 형), 강완숙 골룸바 등 25위가 이곳에서 처형됐다"며 "교황이 한국을 찾으면 서소문 성지도 방문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여름 방한할 경우 광화문광장, 서울공항, 여의도 한강 둔치 등과 함께 서소문 순교성지가 시복식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신부는 서소문 순교성지에 대한 현양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서소문공원이 국유지라서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했고 공원이 방문객들의 몰이해로 순교성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의선 열차의 빈번한 왕래에 따른 소음은 순례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현양탑 보존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그는 "일본이 성인 26위를 배출한 나카사키 순교지를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하려는 것에서 배워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서울 중구 등이 나서 서소문 공원을 역사문화 공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명도회(우리나라 최초의 평신도 사도직 단체) 초대 회장이었던 정약종은 1801년 2월 26일 서소문 밖 개천가에서 망나니의 칼에 스러지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들은 우리를 비웃지 마시오. 사람이 태어나 천주를 위해 죽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오. 마지막 심판 때에 우리의 울음은 진정한 즐거움으로 변할 것이고 당신들의 즐거운 웃음은 진정한 고통으로 변할 것이오."

털 깎는 양치기 앞에서 온순한 양처럼 신음도, 원망도 없이 순하게 망나니의 칼을 받은 평신도들의 순교터는 이렇게 탄생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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