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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세상 3월 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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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세상 3월 5일 수요일

입력
2014.03.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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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복채’란 어느 정도일까

연초에 ‘새해 운세’에 관한 TV프로를 보았다. 역술가와 무속칼럼니스트를 초청해서 다양한 질문과 답변, 그리고 패널들의 각종 의견이 오고갔다. 무속인으로서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도 있었고, 부끄럽고 반성해야 할 내용도 있어 유익했다.

그중에서 ‘적정한 복채’가 흥미로운 질문이었는데, 점집 출입이 거의 없을 것 같은 남자 진행자가 ‘결혼 축의금과 비슷하다’며 기발한 대답을 해 깜짝 놀랐다.

내가 무업을 처음 시작한 40년 전 복채는 300원이었다. 그 뒤 500원…1,000원…3,000원…30,000원으로 계속 올라 현재는 5만원이다. TV진행자 말대로 보통 사람들의 축의금도 이 정도의 금액으로 상승한 것 같다.

점집의 복채는 법으로 정해진 금액은 아니다. 현재 5만원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장 보편적인 금액이라는 것이다. 점보는 사람의 유명세나 자존심에 따라 복채는 다양하다. 좀 유명하면 10~15만원이고, 이름이 좀 알려지면 최소 30만원이다.

나는 복채를 주는 대로 받는 편이다. 요즘 대부분 봉투에 넣어 주기에 면전에 돈을 세기도 곤란하지만 대부분 5만원 이상 넣기 때문에 굳이 확인할 필요를 못 느낀다. 가끔 복채가 얼마냐고 물으면 그땐 5만원이라고 대답한다. 형편이 어려운 손님에게 5천원을 받은 적도 있고, 운이 좋을 땐 100만원 이상도 받은 적도 있다.

생각지 못한 거액의 복채를 받으면 손님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특히 성공 사례비를 받으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큰 보람을 느낀다. 어려운 사람이 일이 잘 풀려 모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나의 일처럼 좋은데 보너스까지 받으니 기쁨은 두 배다.

점집에선 복채를 ‘도깨비 돈’ 혹은 ‘귀신 돈’이라고 한다. 이 돈은 들어올 땐 밀물처럼 들어오고 나갈 땐 썰물처럼 나간다. 그래서 무당은 복채를 옳게 써야 재물이 쌓이고, 손님은 적절한 성의를 표현해야 복을 받는다. 이자가 센 ‘귀신 돈’을 낭비하거나 떼어 먹으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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