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을 거머쥔 여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영화 에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준 케이트 블란쳇(45)은 “난 언제나 불만이다”면서 “아마 그래서 연기하는지도 모른다. 난 내 영화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골든글로브에 이어 제86회 아카데미영화상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블란쳇은 “여성 주인공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났던 블란쳇은 금발 머리에 자주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블란쳇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악센트 있는 약간 굵은 음성으로 질문에 직선적으로 답했는데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서민적이어서 친근감이 갔다. 우디 앨런 감독이 연출한 영화 주인공을 맡았던 블란쳇은 “놀라운 시나리오를 써준 앨런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블란쳇이 연기한 재스민은 하룻밤 새 뉴욕 부유층에서 알거지가 되자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가난하지만 부지런한 여동생의 아파트에 얹혀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내가 호주에 살기 때문에 전화로 우디 앨런 감독과 만났다. 앨런 감독이 내게 ‘각본이 있는데 읽어 보겠느냐’고 제의하자 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각본을 받는 즉시 읽었는데, ‘재스민 역을 맡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수락했더니 앨런 감독은 ‘좋아요’라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자고 했다. 실제로 얼굴을 본 건 카메라 테스트 때였다.
●신경 파탄자의 연기를 기막히게 잘했다.
=앨런 감독이 연기를 지도해줬다. 우리는 연기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했다. 앨런이 쓴 각본과 연기 지도는 97%쯤 일치했다. 그의 단어 선택은 매우 특별하고 그의 글은 매우 특별한 리듬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배우는 그의 이런 선택과 리듬에 자신을 맞춰 올려야 한다.
●영화 속에서 ‘푸른 재스민은 늘 어두운 뒤에야 핀다’고 말했는데 당신도 야행성인가.
=그렇다. (웃으며)날 여자 흡혈귀라고 불러도 괜찮다. 영화 속에서 여동생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실제 여동생(건축가)과는 사이가 무척 좋다. 재스민처럼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의 신경을 파탄시키는 것은 지극히 작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만사가 잘 풀리는데 펜을 찾지 못하면 화가 치민다. 신경질이 날 때면 잠시 아무 일도 안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재스민처럼 모든 걸 잃어버렸다면 모르긴 해도 엉망진창이 됐을 것이다.
●당신은 역에 얼마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부여했는가.
= 배우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앨런은 배우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때 우리는 용감해야 한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렇지 못하면 반응을 얻지 못하게 된다. 당신이 앨런에게 무언가를 제시하면서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절대로 일방통행이 돼선 안 된다.
●앨런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자랐는가.
=난 그의 오랜 팬이다. 난 사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포기했었다. 그래서 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을 때 정말 놀랐다. 그는 내가 일해 본 어떤 감독보다도 창착욕이 강한 사람이다. 그는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그처럼 가능성이 많은 사람도 없다. 그의 영화에 나오기로 한 뒤 그의 영화들을 다시 봤는데 특히 와 이 좋았다.
●앨런 영화에는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내 생각에 앨런 감독은 여자를 존경하고 또 여자에게 깊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와 대화를 나눴는데 그는 사실 재스민 역을 자기가 하고 싶은 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여자의 극단적인 감정적 심리적 한계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디 데이비스와 다이안 키튼 그리고 스칼릿 조핸슨 및 페넬로페 크루스 등 많은 여배우에게 훌륭한 기회를 준 사람이다.
●영화를 찍을 때 항상 재스민과 살았는가.
=자기가 맡은 역을 가능하면 세트에 남겨 놓는 것이 좋다. 물론 역이 세트를 떠나서도 따라 다니면서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난 촬영 때 아이들과 함께 있어서 가급적 재스민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러나 항상 맡은 역을 완전히 잊기엔 시간이 걸린다.
●이 영화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내용과 비슷한데 앨런과 그에 대해 얘기라도 했는가.
= 나는 시드니의 무대에서 그 연극의 주인공인 블랜취 역을 했었다. 내 생각엔 앨런이 그 연극을 보고 날 자기 영화에 쓰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두 작품은 비슷한 데가 있다. 극중 인물들 간의 상호관계는 상당히 비슷한 반면 결과는 서로 아주 다르다. 그런데 우디 앨런의 글의 리듬과 색채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그것과 다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영화를 찍었다.
=난 샌프란시스코를 사랑한다. 사람들은 매력적이고 안개는 신비롭다. 시드니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어느 현장에서 촬영할 때면 그곳을 작중 주인공의 눈으로 보게 돼 촬영이 끝나고 도시를 떠날 때 안도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샌프란시스코는 관광지가 아니라 삶을 개척하는 재스민의 주거지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진 못했다. 내가 앨런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삶의 비극적 면과 황당무계한 면을 잘 섞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최근에 앨런과 조지 클루니 감독 등 두 사람과 일했는데 둘이 같은 점이라도 있는가.
= 성격은 전연 다르다. 그러나 둘은 작업방식에선 모두 꾸밈이 없고 실제적이다. 두 사람의 영화가 모두 활기차고 생기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들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 족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기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실하다. 그리고 둘 다 매우 지적이다.
●여배우 중 누구를 존경하며 배우 아닌 여자로선 누구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 배우로선 '위대한 개츠비'에 나온 엘리자베스 데비키이고 그 밖의 다른 여자로선 비록 연예계에 종사하고는 있지만 리브 울만이다. 역사적 인물로선 잔 다르크이다.
박흥진 @koreatimes.com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원 h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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