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맞서는 한ㆍ미ㆍ일 삼각공조 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스스로도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덫'때문에 자신들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월 방문 때까지 관계가 좋아지지 않으면 직접 나서겠다'고 했지만, 한일 관계 특수성을 알고 있는 미국이 실제로 강력한 중재안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의회조사국이 최근 내놓은 '한미 관계 분석'자료에서 한국과 일본 정치 지도자의 역사적 이슈에 대한 접근방법이 상극 관계이며, 시간이 갈수록 관계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2차 세계 대전 이전의 잘못된 과거사를 더 확실히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런 역사 인식 변화를 한일 관계 진전과 연계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일본이 자부심을 가지려면 20세기 초반 역사를 비하하는 자학사관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라 역사 교과서를 바꾸려 한다고 설명했다.
의회 조사국은 이를 근거로 한일 정상이 상반된 인식을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또 양국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내부 요인을 감안할 경우, 박근혜정부와 아베 내각 모두 일시적 대북 공조 이상으로 관계를 발전시킬 유인이 없으며 그럴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케리 장관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종군 위안부와 독도, 동해 표기 문제 등에서 한일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중재로 상대방에게 양보한 것으로 비춰져 국내의 비난을 받는 것보다는 강경 대응자세를 굽히지 않는 게 낫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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