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간판 교육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의 2017년 전면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준으로는 2017년에 증액 재원을 몽땅 쏟아 부어도 최대 800억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교육부 의뢰로 지난해 9월 내놓은 '고교 무상교육 실행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KEDI는 4가지 시행 모델을 검토해 교육부에 제시했다. 무상 지원 범위를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으로 할 경우 올해부터 2017년까지 4년간 필요한 총 누적 재원은 최소 3조5,658억원에서 최대 6조173억원에 이른다. 전면 시행 시점인 2017년만 보면 2조2,456억~2조2,795억원(평균 2조2,557억원)이 소요되며 이후 매년 같은 금액이 투입돼야 한다. 1안부터 4안까지 연도별로 확대 지역, 대상, 비용의 범위를 다르게 적용해 예산을 산출한 결과다. 현재 이뤄지는 취약층 학비 지원, 특성화 고교생 교육비 지원, 공무원 자녀학비 보조수당 등 공적 지원 1조1,240억원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추가로 필요한 예산만 따진 것이다.
그러나 내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준으로는 이런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재정 전망에 비춰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2017년에 증가되는 교부금액 2조2,000억원을 모두 투입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 아래 추정해도 약 456억~795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까지는 교부금 증액분 대비 적자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것도 세수 결손 등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게다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분을 모두 고교 무상교육에 쓸 수도 없는 형편이다. 연구진은 "2017년까지 누리과정만 하더라도 약 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교 무상교육처럼 돈이 많이 드는 공약을 재원 확보 계획 없이 추진하면 초ㆍ중등 교육 여건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행을 막으려면 고교 무상교육의 전면 도입 시점에 필요한 평균 재원인 2조2,557억원만큼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교부율을 현행보다 1.01% 인상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주문이다.
공약대로라면 고교 무상교육은 올해 도서벽지 등부터 시작해 해마다 범위가 확대돼야 하지만 예산 당국과 협의가 안돼 올해 시행이 무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KEDI가 제시한 어느 방식이든 국가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게 돼 앞으로도 재정당국의 반대가 예견된다"며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을 세우지 않고 교육복지 공약을 남발해 예견됐던 파행"이라고 비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는 "지자체들이 현재 복지 수요도 감당하지 못해 명예퇴직 신청 반려, 신규교사 미발령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에도 시작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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